이스라엘과 이란 간 그림자 전쟁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석유수출구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수요 자극, 멕시코의 원유 수출 통제 등 유가 상승 요인들이 잇따르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터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54센트(0.65%) 오른 배럴당 83.71 달러에 마감하며,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87.48달러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고 보복을 선포하는 등 중동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다.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파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와 러시아는 이번 폭격을 규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지난 수십 년간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은 피해 왔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 외교협회(CFR)의 중동 전문가 스티븐 쿡은 이란이 헤즈볼라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도록 지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중동 분쟁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는 국제 유가가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브렌트유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터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이달 초 하루 47만1000배럴의 추가 감산을 예고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수 있다고 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가 탄력을 받는 데다가 중국 제조업이 서서히 살아나는 점 역시 유가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OPEC+는 최소 올해 2분기까지 감산을 고수할 전망이다. 3일로 예정된 OPEC+ 장관급 회의에서 이들 회원국은 감산 기조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가 6월 대선을 앞두고 일부 원유 수출을 중단한 점 역시 공급 부족 우려를 키웠다. 멕시코 에너지 국영 기업 페멕스가 미국, 유럽, 아시아로의 멕시코산 마야 원유 공급 계약을 취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멕시코는 최근 도스보카스 정유 시설을 가동하는 등 자국의 정유 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원유 주요 생산국인 멕시코가 정유 능력 부족으로 휘발유 등을 값비싸게 수입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유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