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 내에서도 좋은 입지로 시공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기대되던 한남5구역이 예상과 달리 수주전 없이 시공사 무혈입성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금리,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한강변, 강남3구 등 핵심 지역 정비사업장에서도 시공사들의 수주 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5구역은 오는 9일 서울시 건축심의를 거친 후 5월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현재까지 한남5구역에 명확한 수주 의지를 보이는 건설사는 DL이앤씨 한 곳뿐이며, 시공사 간 경쟁구도는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 참여한 회사들 중 DL이앤씨를 제외하고는 한남5구역에 관심을 가져왔던 곳들도 아닌 것으로 안다"며 "다른 대형사들 중에서는 확실하게 입찰 참여 의사를 어필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시공사 선정이 진행될 한남4구역과는 다른 분위기다.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한남4구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자사 건축물 홍보 투어를 진행했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에서, 포스코이앤씨는 강남구 자곡동 '더샵 갤러리'에서, 현대건설은 강남구 신사동 디에이치 갤러리에서 브랜드 강점과 시공 역량 등을 홍보했다.
만약 DL이앤씨가 5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할 경우 1차 입찰은 유찰된다. 2차 입찰까지 단독 참여 시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조합원들은 시공자 선정 일정이 밀리고 시공사 간 경쟁입찰이 사라져 다양한 조건을 제시받지 못하는 점 등을 우려 사항으로 꼽는다. 한남5구역 조합원 A씨는 "수주 경쟁이 있어야 아무래도 시공사가 제안하는 사업조건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게 현실"이라며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하게 되면 시공사가 제시하는 높은 공사비 수준을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른자 입지' 한남뉴타운에서조차 시공사 무혈입성이 전망되는 것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사들이 적극적 수주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비용도 적지 않은데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수주에 뛰어들 수는 없다"며 "아무리 입지 좋은 사업장이라도 한 시공사의 존재감이 너무 강하면 '들러리'만 서고 비용을 낭비하게 될 수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노량진뉴타운 최대어로 평가받던 노량진1구역도 수주 경쟁 없이 두 차례 단독 입찰 끝에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게 됐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세 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해 최근 공사비를 올려 4차 입찰 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한 시공사는 한 곳뿐이다.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은 건설사 미참여로 유찰되자 공사비를 증액했지만 두번째 입찰도 유찰됐다.
한편 한남5구역은 '황제 재개발'로 불리는 한남뉴타운에서도 최상급 입지로 꼽힌다. 한강 조망권이 가장 넓고 대부분 평지 지형으로 시공 난이도가 높지 않으며, 용산공원과도 인접해 있다. 재개발을 통해 최고 23층, 2555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