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 개정안이 제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있다.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규제부터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의무 휴업 공휴일 운영 원칙은 유통산업발전법에 정해져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이 지역 여건을 고려해 이해당사자와 합의하면 법 개정 없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꿀 수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대구, 충북 청주에 이어 부산 16개 구·군은 오는 5월부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다. 대형마트가 출점한 전국 기초지자체 177곳 중 한 달에 두 번 평일에 휴업하는 지자체는 44곳이며,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휴업하는 지자체는 16곳이다.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에 대한 이른바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새벽 온라인 배송 허용 등 '족쇄'를 풀면 새벽 배송 수요가 많은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여당은 야당 측 우려와 달리 전통시장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대구시가 지난해 2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이후 6개월 효과를 분석한 결과 둘째·넷째주 일·월요일 전통시장 매출 성장률은 34.7%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유통법 개정안은 거대 야당 측 반대로 21대 국회 손을 떠나게 된다. 특히 22대 국회가 출범해도 새롭게 논의해 처리하려면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속한 지자체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대한상의는 장근무 유통물류진흥원장 명의로 낸 논평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부산과 인근 지역 상권까지 활성화해 유통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도 지난달 27일 "대형마트 휴일 영업은 소비자 불편을 감소시켜 생활 여건 개선 효과가 큰 만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소비자 편익 증진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평일 전환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대형마트 노동자와 시민단체가 '휴식권 보장'을 근거로 반대하고 나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트산업노조 부산본부 조합원들은 "현재 일요일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 침체한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되면 대형마트 직영 노동자, 협력·입점업체 노동자들 대부분이 일요일 휴식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이후 매출 증대 효과를 본 건 사실"이라며 "평일 전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전반적으로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