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25일 발표한 '대 미국 무역수지 흑자 원인의 구조적 분석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는 지난해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회복 시기와 맞물려 무역수지 흑자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기간별로 보면 2012~2018년 연평균 무역수지는 202억달러였으나 코로나19 기간인 2019~2020년에는 14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후 코로나19 위험이 해소된 2021년부터 증가해 2021~2023년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산업연은 "중국·유럽연합(EU)·아세안 등 주요 수출 대상국과 비교해도 코로나19 이후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고 수입 증가율은 가장 낮다"고 설명했다.
대미국 수입품목은 원유(14.6%), 천연가스(12.1%), 전기전자(9.7%), 농산물·반도체(각각 8.8%)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원유·천여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면서 관련 제품 가격 변동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김정현 산업연 전문연구원은 "대미 수출은 2020년 2월부터 구조변화가 존재하며 한국 제품 수출은 미국 소득 수준에 양의 방향으로 반응하고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세계 수입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영향으로 이전 기간 연평균 1.8% 증가에서 3.1% 증가로 크게 확대됐다.
산업연은 미국의 경기가 둔화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23년이 정점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물가격차 완화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입 증가,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 수출 증가세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가 무역수지 흑자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5%로 선진경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의 미국 경제성장률을 2.1%, 1.7%로 내다봤다.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미국시장 성장이 지난해 15.1%에서 올해 1.3%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또 미국의 알라바마·조지아 공장의 2024년 가동에 따른 수출 대체효과도 대미 수출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미국의 정치 기조도 대미 무역수지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후보는 보편적 관세, 상호무역법 등 무역적자를 낮추기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공약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요인들과 충돌하기 때문에 무역수지 결정에 많은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
이에 산업연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전문연구원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흑자 규모 등을 토대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는 이로 인한 각종 무역 제재를 우려했던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 확대 등을 정부 차원에서 홍보하고 실행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