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금융불안을 사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간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사이에 상충관계가 다수 발생했던 만큼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APFF)'에서 '중장기 금융정책 방향'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은의 금융안정 참여가 제한적임에 따라 그간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정책 간 조화로운 운영이 어려워지고 상충관계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한은이 최근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DSR의 예외 규정을 확대했다.
신 교수는 "금융불안에 대한 사전적 대응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후적 금융안정'은 진정한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부문의 불안정이 실물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금융위기가 일단 벌어진 후에는 사후 수습이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최종대부자 기능이 있긴 하지만 사후적 대응은 추후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최종대부자는 금융위기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경우 이를 예방하고 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 금융시장에 일시적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이다.
신 교수는 "개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경우 민주적 정당성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정치적 비난과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한 후 손실이 발생하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신 교수는 금융정책 기반 금융기관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관련해서는 금산분리 원칙으로 금융부문 혁신을 억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