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희수 건정연 원장 "건설업계, 국민 불신 해소해야…하도급률 가이드라인 필요"

2024-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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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거래 공정성 제고 및 재도 개선 위한 연구 진행 중"

"2025년까지 건설경기 침체 이어진다…정부 대책 활성화 기대"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이 1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이 1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민간 공사의 하도급률 가이드라인을 책정하는 것이 곧 부실 공사를 막는 일이죠. 하도급 거래의 공정성이 우선으로 확보되고 건설업계도 성실 시공과 품질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0년 이상 건설 정책 분야에 몸담고 있는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원장은 '순살 아파트' 등으로 인한 건설업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선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건설 현장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김희수 원장은 건설 경기 침체와 더불어 국민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으며 혹한의 나날을 견디고 있는 건설업계를 향해 "더디더라도 성실 시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공 공사는 의무적으로 하도급률을 책정해서 관리하지만 민간 공사는 그런 게 없다. 발주자 마음대로니까 원래 계약 금액에 대비해 하도급 계약 금액을 '후려치기'하게 되면 부실 공사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재가 제대로 투입되지 않거나 부실 자재를 쓸 수 있고, 돌관공사(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한달음에 해내는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정한 공사비를 지급할 수 있게 공정한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며 하도급 거래에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계속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건정연은 하도급 거래의 공정성 제고와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 전문건설기업이 신중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돕고 계약 과정에서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만 김 원장은 건설업계 자체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시공에 대한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건설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 상황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업계에선 2022년 4분기 이후 건설경기가 크게 악화되면서 부진한 실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2022년부터 인허가와 착공 감소 폭이 커 향후 1~2년간 건설경기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 환경과 여건이 부정적이지만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면 건설산업 리스크 감소, 하강 국면 낙폭 축소, 기간 단축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위기설’에 대해 금융당국이 일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총선을 기점으로 부동산발 위기가 불거질 것이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단기적으로 고통스럽더라도 본 PF 전환이 어려운 사업장(브리지론)은 선별 정리하되 손실 규모 축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과 일시 유동성 부족 사업장은 자금과 보증 지원을 통해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며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자금 조달 기법인 PF는 불황기에 반복적으로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장기적으로 PF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펀드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건설경기 침체와 더불어 주택시장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고금리 지속과 분양가 상승 등으로 수요 회복 여건이 악화되고 있으며 분양 수요 역시 위축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정비사업의 시장성 악화로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해 건설업체 등도 보수적 경영전략을 채택하는 상황이다. 

김 원장은 2015년 이후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절대적 가격 자체는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돼 한동안 집값이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주택시장 측면에서 신규 수요가 존재하고 노후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정 수준으로 공급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공공 물량을 일정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고 민간 물량은 사업 여건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최근 1기 신도시와 도심 공급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만큼 시장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올 한 해 침체된 업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건설시장 상호 개방에 따른 문제점 보완을 통한 건설생산 체계 정상화, 불공정·불법행위 근절로 하도급 거래 공정화, 하도급대금 조정과 계약제도 개선, 건설 현장 안전 확보, 건설기업 경영전략 수립과 경영 개선 등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업계가 어려운 파고를 잘 헤쳐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스마트 건설 확산과 해외 진출 다변화, 노후 인프라 유지관리, 건설 안전 확보를 위한 전문 건설 틈새시장 개척, 건설업 정보체계 고도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R&D) 과제를 '수요자 맞춤'으로 기획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 원장은 "스마트 건설 기술이 도입돼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데 전문건설기업 95% 이상은 스마트 건설 기술의 중요성과 도입 필요성에 대해 체감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세 기업이 대다수인 전문건설 업계에서 공사비 인상 등 비용 문제에 대한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요자가 필요한 기술을 직접 제안하고 연구원과 정부는 제안받은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내 것'을 개발한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은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이 촉진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이 공사비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정부의 R&D 예산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기술 상용화를 전제로 공공 공사부터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공사비 인상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정연은 올해부터 적용된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중소 건설사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중소 건설사 사업영역)이 건설업 사업장 중 91,.7%, 사망 사고자 중 66.3%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준비를 못한 중소 건설사는 전체 중 96.8%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건설투자 저조, 주택경기 침체, PF발 유동성 위기 등과 맞물린 중소 건설사 리스크는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도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장은 '합리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는 "법령에서 정한 바와 같이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에 맞게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재설정하고 새로운 의무 이행 준비를 위해 영세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과 함께 건설업에 맞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소 건설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마련하고 아울러 건설사도 의무 이행을 통해 적극적 재해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원장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건설업계를 향해 "함께 노력해서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건설투자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에서 14% 안팎을 차지하는 만큼 건설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라는 자부심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해 가는 만큼 그걸 발전시킬 책무가 정부를 비롯해 우리 업계가 같이 공조해야 한다"며 "국가계약 제도를 획기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책 당국에는 발상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까지 공직에 몸담았던 김 원장은 정책 당국에 대한 쓴소리와 업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이 계속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 같은 선진 사례를 견학하고 와서 현실에 그 제도를 도입하거나 안착시키는 게 참 힘들다"며 "정책을 담당하는 인식이 혁신돼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되는데 규제로 인해 억제되고 있는 부분이 많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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