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의 ‘탈동조화’(디커플링)가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에 따른 수요자들의 관망세로 집값 하락은 계속되는 반면, 전셋값은 지난해 여름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집을 사지 않으니 임대차 시장 수요가 늘면서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전세가율)도 좁혀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이 계속될 경우 갭투자 등 투자 수요를 자극해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에 비해 0.05% 하락하면서 16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도 -0.01%로 지난주 대비 하락 폭은 축소됐으나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전세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올랐으며, 서울도 0.08% 상승하며 43주째 오름세를 나타냈다.
주요 핵심지에선 전세 신고가도 포착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면적 59㎡은 지난달 22일 10억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져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는 지난해 8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지난달엔 최고 12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전셋값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전세수급동향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5.2로 전주(94.5) 대비 0.07%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높으면 시장에 전세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다는 의미다. 해당 지수가 100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그만큼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로 인해 매매 수요가 위축되면서 매매와 전세의 디커플링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입주 물량이 상당히 부족하고 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전셋값 상승이 집값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매맷값과 차이가 줄어들면 ‘갭투자’ 등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사는 수요가 증가하고 집값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셋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목표로 한 갭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 수요가 활발해지고 금리인하 등 시장 상황이 바뀌면 결국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집값도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