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면 K-팝만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새로운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문화와 사람, 건축물, 역사, 음식까지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만난 미국 하버드대학교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단(이하 HRO) 단원 캐서린 리(Catherine Li, 19)는 한국 여행에 대해 묻는 말에 이같이 말했다.
최근 공사 미주지사에서는 교육 전문 여행사와 상품 개발·판촉을 진행했다. 이외에 미 동‧서부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순회설명회’도 실시하고 있다.
HRO 단원들은 1808년에 창단한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음악 동호회로, 120여 명의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하버드대학교 학부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 현지 문화·언어 체험, 지역사회와 연계된 활동 등을 체험하는 교육여행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나날이 커지는 한국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활용해 한국을 교육관광 목적지로 홍보하고 육성하고 있다. 올해에만 미주 지역에서 1500명의 학생들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공연을 위해 1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는 HRO. 한 차례 경복궁, 익선동 등 서울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 학생들은 이날 진관사에서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준비한 수륙재 시연과 명상, 오색실 묶기 등 불교문화를 체험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진관사는 은평구의 보물 같은 곳이다. 이곳은 천년의 문화가 있고 세종대왕께서 한글 비밀 연구 기지로 활용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며 "오늘 오감 만족하고 돌아가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후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회 진관사 국행 수륙재가 진행됐다. 수륙재는 불교에서 극락에 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의례다. 스님들은 전통불교 의식과 무용,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였다. 단원들은 집중해서 행사를 관람했다.
싱잉볼 명상은 동국대학교 교수 혜주스님이 지도했다. 이어진 오색실 묶기 체험에서 스님들은 단원들의 팔목에 오색실을 묶어주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닉 리(Nick Lee, 20) HRO 학생회장은 "진관사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우리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한국 문화가 미국에서 영향력이 상당히 커 많은 학생이 한국에 오고 싶어했다"며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에 미국으로 넘어왔고 한국은 처음으로 방문했다. 한국에 와서 많은 문화적 경험을 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진관사 템플스테이 국장인 선우스님 안내로 천년고찰 진관사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사찰 곳곳을 둘러봤다.
사찰음식 명장 계호스님과 진관사 스님들은 단원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사찰음식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서툰 젓가락질로 제철 재료와 천연 조미료로 맛을 낸 사찰음식을 즐겼다.
계호스님은 "음식은 단조로워야 한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면 우리 생활도 복잡해진다"며 "음악을 하려면 맑은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안다. 사찰음식처럼 맑은 음식을 먹으면 몸도 마음도 맑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RO 단원들은 수륙재를 시연한 스님들을 비롯해 오늘 행사를 준비해준 모든 분들을 공연에 초대하고 싶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번 HRO 방한의 투어 디렉터인 조슈아 할버슈타트(Joshua Halberstadt, 21)는 "우리는 매년 다른 나라에서 공연을 한다. 1년 전 투표를 했을 때 학생들이 다들 한국에 오고 싶어했다"면서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경복궁과 진관사 등 훌륭한 장소들이 많았다. 앞으로 방문할 새로운 장소들이 기다려진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인 HRO 단원인 세린 박(Serin Park, 26)은 "여름방학 때 가족들과 한국에 왔었다. 그때는 여름이었고 시장과 도시를 여행했었다"며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와서 추억을 쌓고 같이 온 친구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도 즐겁다"고 전했다.
이들은 서울과 전주, 통영에서 세 차례 오케스트라 공연을 진행한 뒤 18일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