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지표인 여행수지가 올해도 마이너스로 출발했다. 110개월째 적자 행진 중이다.
출입국 관광객 간 격차 해소가 핵심 과제로 지목되는 가운데 최근 방한 규모가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 관광객의 추가 유입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행수지는 경상수지 세부 항목 중 적자 규모가 가장 크다.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위해서는 여행수지 개선이 선결 과제다.
문제는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과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내국인 출국자는 277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1월(291만명) 대비 95%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는 88만명으로 2019년 1월(110만명)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별로는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이 2019년 1월 대비 각각 71%와 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목해야 할 지역은 동남아다. 싱가포르(142%)와 캄보디아(135%), 스리랑카(178%), 방글라데시(132%) 등은 팬데믹 이전을 상회하는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27년 방한 관광객 3000만명' 목표를 달성하려면 동남아에서 더 많은 방한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한국 방문 의지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22년 주요 24개국 여행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잠재 방한지수가 가장 높았던 국가는 베트남(66.2), 필리핀(64.6), 태국(63.5), 인도네시아(61.2) 등의 순이었다.
K팝 등 'K-시리즈'에 편중된 관광 서비스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잠재 방한지수 상위 4개국 중 태국을 제외한 3개국의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 재방문율은 2019년 4분기 대비 모두 하락했다. 동남아 지역에 특화된 전략을 재수립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동남아 공략과 더불어 떠나간 유커(遊客·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을 돌릴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동남아 관광객이 유커를 오롯이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 특성이 유커(단체 관광객)에서 싼커(散客·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만큼 팬데믹 이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한류, 의료 등 관광 자원의 지속적인 발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류 영향으로 동남아 국가의 관광객 증가율은 높을 수 있지만 전체 규모로 보면 여전히 중국과 일본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동남아 공략은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일이지만 여행수지 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단기 요인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