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공모주 투자자 A씨는 스팩 투자에 관심이 늘었다. 상장 당일 시초가가 급등하자 장이 열리자마자 살걸 하는 후회와 함께 추격 매수에 나섰다. 줄곧 잘 오르던 주가는 A씨가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급락하기 시작했다. '다시 오르겠지' 하는 생각에 주식을 들고 있던 A씨는 의도치 않게 스팩 장기투자자가 돼버렸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단타 투기대회'의 장으로 전락했다. 신규 상장 첫날 폭등세를 보이다 상승분을 대거 반납하며 마감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하루 동안 손바뀜이 30번 넘게 나타난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3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상장 첫날 회전율이 네 자릿수를 넘겼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비율이다. 회전율이 1000%가 넘는다는 건 하루 동안 주식 1주당 10명이 사고 팔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6일 상장한 유진스팩10호는 상장 첫날 회전율이 3234%에 달했다. 이날 하루 동안 1주당 손바뀜이 30번이 일어났다. 4일 상장한 에스케이증권제11호스팩은 상장 첫날 회전율이 2157%를 기록했다.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과 하나31호스팩도 회전율이 각각 1653%, 1358%를 기록했다.
스팩 단타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상장 당일 주가도 등락폭이 큰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의 경우 장 초반 공모가 대비 225% 넘게 올랐지만 7% 상승세로 마감했다. 하루 등락폭만 218%에 달한다. 유진스팩10호도 공모가 대비 207% 넘게 치솟았지만 결국 196%가 빠졌고 에스케이증권제11호스팩도 순식간에 180%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최고 400%로 높아진 뒤 시세 변동폭이 커지면서 단타족의 놀이터가 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높은 시세 차익을 쫓아 묻지마 추매(추격매수)에 나서면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스팩은 다른 법인과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이기 때문에 영업활동이 없는 명목상 회사다. 실적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 그제야 주가가 움직인다. 신규 상장한 스팩들 역시 상장 초반 최고 6000원을 넘겼지만 현재는 대부분 공모가 수준인 2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격제한폭이 커지면서 단기 차익을 위한 초단타 장이 되고 있다"며 "중소형 스팩일수록 단타족이 몰려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