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이 우주군을 창설했을 때 세계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쯤으로 치부했다. 재임 내내 각종 기행을 일삼은 그가 또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미국은 올해 우주군 병력을 9% 늘리기로 하는 등 우주군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미국의 결정은 ‘이제 우주 전쟁은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토퍼 그레이디 미국 합동참모차장은 최근 “우주는 우리의 전투 영역으로 부상했다”며 다음 전쟁터는 우주가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우주 패권이 곧 지구 패권이 됐다. 우주 기술이 뒤떨어진 나라는 지구상의 전쟁에서도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미국, 중국 두 강대국은 연일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통신 및 군사 능력 강화 등을 위해 최대 1만3000개의 위성으로 이뤄진 자체 위성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강대국만이 아니다. 이란은 지난 1월 위성 3개를 발사했고,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한 후 올해 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일본은 올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정찰위성 고가쿠 8호기를 발사했다.
우주 핵무기도 부상 중이다. 서방의 인공위성을 파괴하기 위한 위성요격용 핵무기를 지구 궤도에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이 알려지며 전 세계는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위성을 파괴해 미국의 통신, 감시 등 모든 능력을 비활성화하는 점을 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미국은 중국 혹은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진다면 중·러 양국이 제일 먼저 미국의 위성을 겨냥할 것으로 본다. 미·중 전쟁에서 태평양을 넘어 한없이 멀리 있는 공습 목표물을 겨냥하려면 위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주는 탐사의 장을 넘어 전쟁터가 됐다. 우리나라는 위성 발사는 물론이고 달 탐사 등 우주항공 분야 전반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정부가 우주 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