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코펜하겐 대학의 클라우스 뭴머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뤄졌다.
자성체 물질은 하드디스크와 같은 전자제품을 비롯해 전력 발전 등에도 사용되는 등 현대 기술의 핵심 요소다. 최근에는 상온 자성체를 넘어서 양자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초저온에서 양자 자성체 특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초저온에서 수행되는 물성 분석·계측 연구는 MRI 등의 의학 기기 등에 응용될 뿐만 아니라, 차세대 초정밀 제어계측공학을 촉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양자 물질을 연구하거나 설계할 때 기존의 폰노이만식 전자컴퓨터를 이용한 계산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양자계의 경우 양자 얽힘 등의 효과로 인해 계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물질 설계를 위해 물질의 특성을 알아내고자 할 때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는 양자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앞서 안재욱 교수 연구팀은 최근 리드버그 원자를 이용해 최대 156큐비트급의 양자 컴퓨터 계산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안 교수가 포함된 글로벌 공동연구팀은 리드버그 원자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양자 자성체를 설명하는 모형 중 하나인 하이젠베르크 모형을 양자 컴퓨터로 모방해 구현했다.
특히 이전 하이젠베르크 모형의 구현과 다르게, 이번 연구에서는 리드버그 원자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용한 극단적 이방성(3차원 중 특정 방향이 다른 방향 대비 1000배 이상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특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KAIST 측의 설명이다.
연구를 주도한 안재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드버그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양자 물성을 연구할 수 있음을 보였다"며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는 물성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X' 2월 14권에 출판됐으며, 삼성미래기술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