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퇴역하는 공군 F-4E 팬텀을 필두로 30여대의 전투기가 ‘엘리펀트 워크’(코끼리걸음)를 실시하며 무력을 과시했다. 엘리펀트 워크는 수십 대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하는 훈련이다.
공군은 8일 수원기지에서 2024년 자유의방패(FS·프리덤실드) 연습과 연계해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시행했다.
이날 훈련에서 F-4E 8대가 선두에 나서고, F-15K, KF-16, F-16, FA-50, F-5, F-35A 전투기들이 뒤를 이었다. 총 33대의 전투기가 엘리펀트 워크 대형을 구성했다.
그동안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단일 비행단의 전력으로 실시해왔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 기종의 전투기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맨 앞에서 엘리펀트 워크를 이끈 F-4E는 공대지미사일인 AGM-142H(팝아이), AGM-65D(매버릭)와 MK-82 500파운드 폭탄 등을 장착했다.
공군은 1969년 당시 세계 최강의 신예기였던 F-4D를 도입해 미국과 영국, 이란에 이어 네 번째 팬텀 보유국이 됐다. F-4D 도입으로 우리 공군은 단번에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하게 됐다. 팬텀은 ‘하늘의 도깨비’라 불리며 1994년 KF-16을 전력화하기 이전까지 공군 주력 전투기로 활약했다.
특히 팬텀이 발사하는 AGM-142 공대지미사일은 1.6m의 철근 콘크리트도 관통할 만큼 가공할 폭파력을 가졌으면서도 최대 약 100㎞의 사거리와 1m 이내의 오차범위를 자랑한다.
한국 공군은 F-4D 도입 후 개량형인 F-4E, 정찰기인 RF-4C 등 220여대의 팬텀을 운영했다. 현재는 대부분 퇴역하고 F-4E 10여 대만 임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제10전투비행단 153대대 김도형 소령은 “한 소티(전투기 출격 횟수) 한 소티에 역사적인 의미를 담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곧 다른 기종으로 전환하겠지만 팬텀 조종사였다는 자부심으로 대한민국을 굳게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엘리펀트 워크 현장을 방문해 훈련에 참가한 요원들을 격려했다. 이 총장은 “55년간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팬텀, 그리고 팬텀과 고락을 같이해 온 팬텀맨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퇴역하는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