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선 '강남3구' 주민들 "모아타운, 투기세력만 배불린다"

2024-03-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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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우려 높고 명백한 재산권 침해" 반발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강남3구 등 단독주택·다가구주택·상가주택 소유주 연합이 모아타운 반대 집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강남3구 등 단독주택·다가구주택·상가주택 소유주 연합이 모아타운 반대 집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모아타운 사업에 대한 서울 시내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모아타운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하며 대형 대지지분을 소유한 원주민들과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려는 소유주 등 양 측으로 갈리며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투기 우려와 주민 갈등이 큰 곳은 대상지 선정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모아타운 반대 소유주들은 추진지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투기 세력이 유입되고 재산권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강남 3구 단독·다세대·다가구·상가주택 소유주들로 구성된 '강남3구 및 서울시 모아타운 반대를 위한 비생대책위원회’는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모아타운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시위에는 서울시 모아타운 및 재개발 정비사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강남구 개포2동, 역삼2동, 일원동, 서초구 반포 1동, 방배동, 송파구 삼전동 등 '강남 3구' 주민을 비롯해 마포구 합정동, 광진구 자양 4동, 강동구 둔촌2동, 중랑구 면목5동  등 주택 소유주 450여명이 모였다. 
이날 비대위 측은 "모아타운 사업은 공익을 명분으로 투기꾼들에게 강제 수용권을 부여하고, 다수의 소지분권자가 소수의 대지분을 빼앗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투기 사례와 우려에도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모아주택·모아타운은 신·구축 건물이 혼재돼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10만㎡ 이내)를 하나의 그룹으로 모아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정비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2년 1월 정책이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85곳이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다. 

모아타운 반대 비대위 측 관계자는 "각 지역마다 토건세력 등이 선제적으로 쪼개기 등을 통해 투기를 해놓은 상태이며, 외지 갭투기꾼들과 일부 부동산 유튜버들이 합세해 극심한 혼란과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정부 여당이 모아타운과 재개발 노후도 등 추진 요건을 더욱 낮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빌라 분양 신청 및 빌라 철거 동의서를 함께 받고 있는 강남구 역삼동 한 신축빌라 1층 모아타운 추진위 사무실 사진
빌라 분양 신청 및 빌라 철거 동의서를 함께 받고 있는 강남구 역삼동 한 신축빌라 1층 모아타운 추진위 사무실 [사진=강남 3구 단독·다세대·다가구·상가주택 소유주 연합]

특히 강남3구 등 핵심지역의 경우 외부 투기 수요 진입이 많다는 주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모아타운은 소규모 노후불량주택을 정비해 거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인데, 실상을 보면 사업이 진행되거나 예정, 대상지 물망에 오른 지역에서 극심한 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투기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대상지로 선정되더라도 추후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들끼리 갈등이 지속될 경우 향후 조합설립인가 동의율을 충족하기 어려우며, 관리계획 통과 후 대상지로 지정되더라도 향후 분담금 갈등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모아타운은 최소 3개 이상의 조합이 모여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당초 공모신청 동의율 기준(30%)이 낮아 추후 조합설립인가 동의율(토지등 소유주 80%·토지면적 3분의 2 이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역삼1동 모아타운 반대 소유주 김모씨는 "강남은 투기세력이 많이 진입하는데, 실제 조합설립인가까지 가고 사업이 완성되는 것보다 모아타운 개발 이슈로 집값을 띄워서 수익을 보고 나가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원주민들이 임대소득을 잃을 뿐 아니라, 섣불리 추진했다가 사업 무산 시 주민이 부담하는 사업비와 소송이 제기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투기 세력들이 모아타운 사업을 주도하겠다며 가짜 추진위 사무실을 차려놓고 주민들을 설득하다가 동의율이 높아지거나 서울시 공모 신청 등으로 가격이 오르면 빌라를 팔고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추진에 있어 주민 갈등과 투기 우려가 심한 곳은 대상지 선정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주민 갈등과 투기 우려가 있어 향후 사업추진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강남구 삼성2동과 개포4동, 역삼2동을 대상지 선정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반대 주민들은 모아타운 등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요건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투기로 인한 갈등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내 주택에서 10년 이상 실거주한 소유주에게만 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며 "노후 저층 주택과 낙후된 기반시설 등으로 재개발이 꼭 필요한 곳을 정비한다는 취지와 신축빌라를 지어놓고 해당 지역에 살지도 않는 갭투기꾼들이 입주권을 노리는 현 상황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비대위 측은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관리 계획이 이익형량을 고려하지 않아 비례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고 법무법인을 선임해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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