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판다 외교'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까지 미국 내 모든 판다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미국에 다시 판다를 보내기로 한 것. 스페인에서 태어난 새끼 판다 3마리가 부모 판다와 함께 중국으로 돌아간 데 이어 '한국 출생 1호 판다' 푸바오도 중국 이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판다 외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에서 보호하던 자이언트 판다 가족 5마리가 중국으로 반환됐다. 부모 판다인 수컷 빙싱과 암컷 화쭈이바는 2007년 9월 마드리드로 옮겨져 2016년과 2021년 새끼 네 마리를 낳았다. 이들 가족은 12시간을 비행한 끝에 중국 쓰촨성 청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끼 판다들은 만 4세가 되기 전 멸종 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간다. 다만 이미 다 자란 판다는 중국과 임대 연장 협상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임대 연장 협상을 통해 판다 임대 기간을 연장한 국가는 미국과 싱가포르가 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도 올해 임대 기간이 끝나는 싱싱과 량량의 임대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판다 외교는 1941년 중일전쟁 당시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중국을 지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1950년대에는 마오쩌둥 주석이 북한과 소련 등 공산권 동맹국에 판다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이후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판다 한 쌍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본격적인 판다 외교가 시작됐다.
2014년 3월 중국인 탑승객 154명이 희생된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 실종사고로 중국과 말레이시아와 간 사이가 불편해진 이후에도 당해 중국이 판다를 선물로 보낸 게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중국은 판다 외교를 통해 상대국에 압박을 가하거나 관계 변화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이어오면서 올해까지 미국 내 모든 판다를 회수한다고 했으나 지난달 22일 돌연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에 판다를 보내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이 중국이 최근 '판다 외교'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서방과의 갈등으로 인해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지자, 이들 국가와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영국 BBC는 이에 대해 "중국은 올해 판다 외교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움직임이 강화되자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판다 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전 브라우넬 미국 미주리주립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역사학과 교수 겸 미·중 관계 국가위원회 위원은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할리우드 영화나 NBA 스타와 같은 소프트파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중국이 사랑스러운 판다를 활용하는 것은 세계 무대에서 이 같은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