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퀄컴·인텔은 MWC 2024에서 5.5G에 대비한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을 출시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차세대 5G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 업체들은 주로 5G와 6G 중간 단계라는 의미에서 '5.5G'로, 미국 업체들은 5G 연장선이라는 의미에서 '5G 어드밴스트'라고 부른다. 4G 시절에는 차세대 LTE를 'LTE 어드밴스트'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이렇게 업체 간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차세대 5G 표준이 최근 간신히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정부·이통사와 장비 업체가 모여 3GPP 무선접속네트워크(RAN) 기술총회를 진행하고 차세대 5G에 관한 내용을 담은 릴리즈19를 확정했다.
퀄컴은 차세대 5G가 활성화되면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견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이용자 스마트폰에서 '온 디바이스 AI'로 생성 AI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초거대 AI의 조력이 필요하면 차세대 5G를 통해 연결되는 형태다. 차세대 5G를 통해 상황에 따라 온 디바이스 AI에서 초거대 AI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이뤄짐으로써 이용자는 고품질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이통사는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확장현실도 기존에는 철저하게 XR 헤드셋 성능에 의존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으나 차세대 5G를 적극 활용하면 XR 헤드셋 크기를 크게 줄이면서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경·선글라스 크기 정도인 헤드셋으로 '애플 비전프로' '메타 퀘스트' 수준의 XR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통사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차세대 5G는 네트워크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극 채용한다. 또 기존에는 장비 제조사가 다르면 서로 호환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차세대 5G는 장비에 적용하는 기술 표준을 정함으로써 제조사가 달라도 대부분 기능이 호환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른바 '오픈랜'이다.
화웨이는 올해 MWC 핵심 과제로 5.5G 현실화를 꼽고 차세대 5G 상용화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는 장비를 공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5·50·100·400GE 등 포괄적인 접근 기능과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 와이파이7을 지원하는 기지국 라우터다.
카오 밍 화웨이 무선솔루션 부문 사장은 "올해는 5.5G 상용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이통사가 5.5G 진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화웨이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퀄컴은 올해 하반기 5G 어드밴스트와 위성통신을 지원하는 차세대 통신칩셋을 출시할 방침이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 10Gbps, 최대 업로드 속도 3.5Gbps를 지원하며 600㎒에서 41㎓까지 폭넓은 주파수와 연결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갤럭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것이 유력시된다.
인텔은 이통사들이 5G에서 5.5G로 빠르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5G 코어 네트워크 가상화를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5G 인프라스트럭처 파워 매니저'를 공개했다. 기존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던 네트워크 장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솔루션이다. 국내에선 현재 SK텔레콤과 관련 기술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다만 이통사들은 차세대 5G에 떨떠름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3G·4G 시절에는 망에 대한 투자가 고객 확보로 직결돼 수익성 향상에 많은 보탬이 됐으나 5G는 일반 소비자용으로 쓰기에는 충분한 데이터 속도를 확보한 만큼 차세대 5G에 대한 투자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5G 선도국인 한국조차 아직 5G 전국망이 요원하고, 다른 국가들은 이제 막 5G망에 대한 투자가 시작된 만큼 차세대 5G가 상용화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