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 경선이 해보나마나 한 선거가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이어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기를 잡았다. 리턴매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아랍계 미국인 민심이 향후 대선 판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열린 민주당 및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공화당 프라이머리 집계율 86%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6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득표율은 26.6%에 그쳤다. 헤일리 전 대사는 슈퍼 화요일까지는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돌풍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미시간 경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쉬운 승리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다만, 일부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중도 및 좌파 유권자 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시간 경선에서 지지율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지지 후보 없음’은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표를 많이 받았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동 정책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미시간에 거점을 둔 정치 시민단체 ‘리슨투미시간’은 이번 경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가자지구 정책에 대한 항의로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지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민주당 프라이머리 개표가 69% 진행된 가운데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진 유권자는 7만8673명(12.7%)에 달했다. 이는 시위 주최 측의 목표인 1만명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로이터는 “2020년에 바이든을 지지한 미시간의 아랍계 미국인들이 수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한 가자지구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며 “일부 진보적인 민주당 당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경합주로 꼽히는 미시간주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한 11월 5일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선거 당시 미시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단 15만표(2.8%포인트) 차로 이겼다. 그 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1만1000표도 안 되는 차로 이긴 바 있다.
미시간 대도시인 디트로이트의 교외 지역인 디어본에 거주하는 인구 절반 이상이 아랍계 미국인일 정도로 이 지역에는 아랍인들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바이든 미시간 양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민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랍계 미국인들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항의해 워싱턴DC 소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미군의 사망 소식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속에서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경선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오늘 자신의 목소리를 낸 모든 미시간 주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투표권을 행사하고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 후보 없음’ 등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