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증시가 버블 경제 시기 기록한 최고치를 돌파하자,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본 증시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836.52포인트(2.19%) 오른 3만9098.68로 마감했다. 이로써 1989년 12월 29일에 세운 사상 최고치(3만8915)를 34년 2개월 만에 경신했다. 닛케이 지수는 장중 한 때 3만9156까지 찍은 뒤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에 강력한 상승세를 보인 일본 증시는 올해 들어서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 지수는 연초 대비 16% 이상 뛰었다. 특히 엔저에 힘입어 수출이 유리한 일본 대표 대기업들의 강세가 돋보인다. 일본 대표 자동차기업인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연초 대비 25%, 20% 오르는 등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 업종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엔화로 수출 상황이 개선되고 북미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높은 차종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당국의 주주친화 정책 유도도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도쿄·오사카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지난해 3300여개 상장사에 공문을 보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경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JPX는 "PBR 1배 미만 상태가 계속되면 2026년 상장폐지 목록에 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주가순자산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일본 증시가 최고가를 경신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자, '잃어버린 30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기업 가치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는 주가 상승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부 장관은 이날 "투자와 임금 인상 모두 30년 만의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어 일본 경제의 변화 조짐이 보인다. 이 같은 변화를 근거로 투자, 임금, 물가 인상 모두 이루는 '성장형 경제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티그룹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중국에서 일본으로의 자금 이동 등을 언급하면서 닛케이 지수가 올해 연말 4만5000까지 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도 연말 닛케이 지수 전망치를 3만8000에서 4만500으로 올렸고, 야마토증권도 3만8600에서 4만3000으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