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체들이 연초부터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수주 낭보를 알리고 있다.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옮길 배가 더 필요해진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암모니아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데, 전쟁 여파로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암모니아 항해 거리가 길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만 VLAC를 총 13척 수주했다. 지난 한 해 VLAC 수주량인 8척을 이미 넘은 기록이다. 한화오션도 지난달 VLAC 2척을 수주했고, 같은 달 삼성중공업도 새해 첫 실적으로 VLAC 2척 수주계약을 따냈다.
전문가들은 암모니아 운반선 발주량이 크게 늘게 된 배경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꼽는다. 현재 암모니아 생산량의 약 90%는 비료 생산에 이용되며, 러시아는 전 세계 암모니아 수출의 17%를 차지한다. 흑해는 러시아산 암모니아를 나르는 주요 뱃길인데, 이곳을 우회하다 보니, 암모니아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서 신조 선박 수요도 덩달아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암모니아 운반선 발주는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 대비 155% 증가했다.
고객사들이 VLAC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범용성과 미래지향성이다. 암모니아 운반선으로 LPG 운송도 가능하지만, LPG 운반선만으로 암모니아를 나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LPG 운반선으로 독성을 가진 암모니아 운송하기 위해선 특수 화물창을 추가로 갖춰야 한다.
정부 정책도 이와 맞물린다. 정부는 암모니아 혼소(20%) 발전을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인데, 이때 필요한 암모니아는 1300만톤(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암모니아를 중동,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한 뒤 배를 통해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현재 암모니아는 수소경제의 주요 운반 수단으로 거론된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로 만들어지는데, 간단한 공정만 거치면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상온 액체 상태여서 안정적이고, 액화수소 상태로 옮기는 것보다 1.7배가량 저장 효율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VLAC의 폭발적 발주 증가는 단기적으로 러·우 사태 등 공급망 위기로 인한 수요 증가 요인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친환경 발전에 필요한 암모니아 운반 수요도 무시할 수 없어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