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는 일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 병원 내에서 집단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전공의들이 이날 오전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일 평균 수술 일정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전체 의사의 40%가량을 차지해 진료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당분간은 암 환자, 중환자 수술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당장은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전공의 당직 등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술이나 입원 일정은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 5곳(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 수는 2745명으로, 5곳 병원 전체 의사 인력 7042명의 39%에 달한다.
의사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다. 의사 인력의 34∼46%가 전공의로 채워진 탓에 이들이 한꺼번에 근무를 중단하면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빅5 병원은 전공의 비율이 30∼40% 정도여서 일시에 빠져나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응급과 중증진료 위주로 전환하도록 했다”며 “인력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고, 장기화 시 외부에서 필요한 인력도 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 대상 '진료유지 명령'"
정부는 전체 수련병원에 ‘진료유지 명령’을 내렸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 시간부로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 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수차례 호소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전공의 출근 거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협박하는 반인도적인 발언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정부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이날부터 운영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중증·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경우 국번 없이 129번으로 전화하면 피해 사례 상담뿐 아니라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