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여의도 국회 인근 오피스텔로 이사왔는데, 집회 소리가 그대로 들려서 못 살겠네요. 주말에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녹음된 노래와 확성기로 욕설까지 하니 집 안에서도 늘 시위 소음과 함께 지내야 합니다." (여의도 국회 인근 주민)
압구정, 반포, 한남, 성수, 목동 등과 함께 서울 내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여의도는 상업·업무지구 인프라와 한강공원, 대규모 재건축 단지 등 많은 이들이 진입을 꿈꾸는 곳이다. 그러나 이면은 있다. 국회와 여의도 한강공원, 63빌딩 인근 주거용 오피스텔 입주민들은 심각한 소음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총선 일정이 앞으로 다가오며 여의도 앞에서 벌어지는 관련 집회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 앞 오피스텔은 '소음 복불복'…인근 호텔도 예약 시 '소음 주의' 안내
인근의 또 다른 오피스텔 입주민 B씨는 "직장과 집이 모두 여의도인데 평일에는 시끄러워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주말에는 집에서 쉬려고 해도 확성기·음악 소음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심할 때는 집 안에서 영상이나 음악을 틀어도 집회소리에 묻힐 정도"라고 토로했다.
국회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인근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 시 소음 관련 문의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의사당역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문의하는 분들이 집회 소음 수준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 게 사실"이라며 "국회 앞이라도 위치에 따라 더 시끄러운 오피스텔이 있고, 덜 시끄러운 곳이 있어 비교적 조용한 곳 위주로 안내하곤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인근 중대형 면적대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로 거래하는 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중에서 평수가 있는 곳이라 아기 있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알아보는 곳인데, 거주자들도 시위 소음으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위치 때문에 국회 시위 소음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어서 평일 낮과 주말에는 아무래도 시위 소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전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집회 소음으로 여의도 국회 인근 호텔에서는 숙박 예약 시 이 같은 내용을 경고하기도 한다. 여의도 국회 근처 한 호텔은 '여의도 일대 주중·주말 잦은 소규모, 대규모 집회 일정으로 도로 통제 및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공지하고 있다. 해당 호텔에 숙박했던 한 투숙객은 "숙박하는 날 대규모 시위가 장시간 지속된 탓에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특히 아침 7~9시 출근시간에 소음이 심해 일찍 깰 수밖에 없어 쉬러 온 느낌이 안 들었다"고 토로했다.
호텔 측 관계자는 "시위 소음으로 방 배정을 따로 요청하면 도로가가 아닌 반대쪽으로 최대한 반영해 드리려고 한다"며 "국회 앞이다 보니 언제, 어느 정도로 더 시위 소음이 커질지 예측할 수 없어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앞 1인 시위는 규제서 제외…한강공원 소음으로 아파트 주민들도 고충
대규모로 진행되는 시위도 문제지만, 국회 앞에서 열리는 1인 시위는 집시법 규제 대상이 아닌 점도 고충으로 꼽힌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시위는 2인 이상 다수인의 결합을 전제로 하고 있어 1인 시위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별도의 사전 신고 의무가 없고, 집시법 규제 대상인 다수 집회나 시위와 달리 국회나 헌법재판소 인근 등 시위가 금지된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집시법에 정해진 소음 제한 규정에서도 자유롭다.여의도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도 시위 소음에서 예외는 아니다. 여의도 공인중개사 C씨는 "여의도공원이나 여의대로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잦아 공작아파트와 서울아파트에서 여의대로와 붙어있는 동에서는 시위 소음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국회 시위 소음뿐 아니라 한강공원에서 진행되는 행사로 인한 소음공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여의도 목화아파트 한 주민은 "집회의 자유, 행사 다 좋지만 주변이 다 아파트인데 주민들의 일상이 중단될 정도로 소음이 나는 건 규제돼야 할 것 같다. 공원 내 행사라도 최대 횟수를 규제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