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와 전격 수교를 맺은 가운데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59년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지 1년 뒤인 1960년 8월 북한과 쿠바는 수교를 맺어 올해 64주년째다. 양국은 수십 년의 냉전 시기에도 반미와 사회주의를 통해 돈독히 교류해 왔다. 그 사이 49년간 쿠바를 통치한 피델 카스트로가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고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등 쿠바의 외교 노선이 조금씩 변화를 맞는 상황에서도 북한과 쿠바는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북한 역시 쿠바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외교 활동을 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2021년 4월 라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자 사흘 연속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음 해 쿠바에서 호텔 가스유출 폭발 사고와 원유탱크 폭발 사고했을 땐 위로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올 새해 첫날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쿠바 혁명 65주년을 축하하는 장문의 축전을 보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위한 공동투쟁 속에서 맺어진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이며 동지적인 친선 협조 관계가 앞으로 더욱 공고 발전되리라는 확신한다"고 적었다.
북한 주요 매체들 역시 거의 매일 쿠바의 외교 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거나 주요 인사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과 쿠바의 깜짝 수교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수교 논의를 막판까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과 쿠바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의식해 쿠바와의 수교 논의를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쿠바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교 발표 뒤 "북한이 수십 년간 수교를 방해해 이번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한 것"이라며 "쿠바가 우리나라와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싶어 한 듯하다"고 귀띔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상당한 내상을 입었을 북한이 쿠바를 향해 불만을 표출할 거란 관측도 있지만, 이제 몇 안 남은 우방국을 잃을 정도로 과격한 반응을 보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바 역시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고 갑자기 북한과 관계가 소원해지리라고 여겨지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이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규정한 것을 익히 알고 있을 쿠바가 한국과 전격 수교를 감행한 것을 두고 향후 양국의 관계 온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