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의 비이자이익이 50%가량 급증했지만 은행권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주식 상품 등에서 손실을 만회한 일시적 영향이 큰데, 외부에서 보기에 은행의 비이자부문 영업력이 개선 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다. 이는 은행권이 당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투자일임업 허용과 은산분리 완화 등 비이자수익을 강화키 위한 조치 논의를 답보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총 10조51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이자이익은 말 그대로 이자 이익을 제외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의미한다. 각사별로 보면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이 4조874억원으로 전년대비 80.4% 증가했고, 신한금융은 3조42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51% 올랐다. 하나금융도 65.3% 늘어난 1조907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1조948억원으로 전년대비 4.7% 소폭 줄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에도 금융지주들은 올해 비이자수익이 지난해와 같은 흐름을 보일지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물론 수수료 구조 등을 변경한 영향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나, 주식 상품 등에서 지난해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일시적 수익이라 올해도 같은 수익 증가세를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표면적 해당 수치들로 그간 비이자이익 확장을 위해 은행권이 당국에 요구했던 규제 완화 내용들이 올해도 제자리걸음을 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은 증권업계 고유업무인 투자일임업 진출을 요구해왔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투자자로부터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을 일임받아 운용해 주는 금융업을 말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관련 논의들이 이어졌지만, 증권사들이 이에 반대하며 해당 논의가 미뤄졌다.
여기에 은행권은 은행과 산업 자본을 분리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한때 '금융·비금융 융합 방안'의 이름으로 은산분리 개혁을 추진했으나, 횡령 등 잇따른 은행권 내부통제 실패로 관련 논의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이슈와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으로 금융권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런 시국 속 비이자이익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관련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알짜 논의들이 올해 언급조차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