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암수술 앞뒀는데···" 의료계 총파업 예고에 환자들 불안

2024-02-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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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대' 의협, 15일 궐기대회··· 응급실도 집단행동 가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12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달 초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 일정을 잡았는데 의료계 파업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불안하다. 아이들이 어려서 응급실에 갈 일도 종종 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병원 진료가 막힐까 봐 여러모로 걱정된다.”(서울 도봉구 회사원 박찬주씨·46)
 
설 연휴가 끝난 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의료계의 총파업 예고에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소아나 어르신의 경우 상대적으로 응급실 등 병원에 내원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여는 데 이어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의대 증원 저지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의사들도 의대 증원 반대에 힘을 실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대생들과 전공의협의회를 적극 지지한다”며 “단 1명의 희생자라도 발생할 경우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상대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시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88.2%에 달했다.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해 지역·필수 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한 만큼 의사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낮은 처우 때문에 지역·필수의료의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섣부른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의 질 저하와 향후 의료비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라며 “지역·필수의료 분야 문제의 경우 의료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가 문제 등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환자들 사이에선 불안한 의료 현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으로 인한 ‘진료 대란’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만난 김말숙씨(68)는 “이번 달 무릎 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의사들이 총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보고 많이 놀랐다”면서 “혹시 수술 날짜가 미뤄질까 봐 걱정된다. 수술을 앞둔 환자로서 많이 불안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나 같은 노인이나 어린아이를 둔 가정의 걱정이 제일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꾸려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 등에 따라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면허 취소’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낼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의사단체의 집단 휴진 때 정부가 보인 ‘타협’은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담은 의료기관도 1년 범위에서 영업이 정지되거나 개설 취소, 폐쇄에 처할 수 있다.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업무방해죄) 등으로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러 의사단체 가운데 파업 시 가장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전공의 파업 참여율이 80%에 달해 의료 현장 혼란이 불가피했다. 실제로 주요 병원의 수술 건수가 급감했고, 환자들은 외래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불편을 겪었다.

당시 신규 입원과 외래 환자의 접수가 중단되면서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마저 막히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전임의, 대학교수들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전공의들에게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11일 복지부 소셜미디어(SNS)에서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현장에서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는 점도 잘 안다”며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은 의심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필수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고, 의료체계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빠르게 이루어내기 위해 의료사고 안전망 등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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