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민국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 공청회를 개최하고 중장기 주파수 공급 계획을 공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행사에서 향후 주파수 공급은 △전대역 이동통신 주파수 이용 효율 향상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새 이동통신 주파수 공급계획 준비 △세계 시장 선도를 위한 6G 표준화 등 3가지 기본 원칙 아래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3.7㎓ 추가 공급 두고 이통 3사 '동상이몽'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주파수는 이통 3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5G 중대역 3.7~4.0㎓ 대역 300㎒ 폭이었다. 해당 대역에는 SK텔레콤(SKT)이 2년 전 추가 공급을 요청한 3.7~3.72㎓ 대역 20㎒ 폭이 포함돼 있다. 당시 SKT는 LG유플러스 요청으로 3.4~3.42㎓ 대역 20㎒ 폭이 추가 할당 경매로 나오자 형평성을 위해 3.7~3.72㎓ 대역 20㎒ 폭도 추가 할당 경매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 메시지를 두고 이통 3사는 각 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SKT는 ‘적기·적량’에 주목해 20㎒ 폭 주파수 추가 경매가 조기에 실시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광대역’에 주목하고 3.7~4.0㎓ 대역 300㎒ 폭에 대한 추가 경매를 한번에 진행할 것으로 본다.
이통 3사가 이렇게 동상이몽을 꾸는 이유는 각 사가 확보한 5G 주파수 대역과 연관이 있다. SKT는 추가 할당 경매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게, KT와 LG유플러스는 3사가 동시에 100㎒ 폭을 할당받는 게 유리하다.
3.6~3.7㎓ 대역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SKT는 3.7~3.72㎓ 대역 20㎒ 폭을 경매로 확보하고 기지국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하면 대부분 5G 가입자에게 120㎒ 폭 광대역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운로드 대역을 확장함으로써 지금도 5G 서비스 품질 1위인 SKT가 경쟁사와 더 큰 서비스 품질 격차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3.5~3.6㎓, 3.4~3.5㎓ 대역에서 5G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 경매로 3.7~4.0㎓ 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더라도 기지국 하드웨어 교체와 일부 이용자 단말기 교체가 선행돼야 광대역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만약 SKT가 20㎒ 폭을 우선 할당받으면 남은 280㎒ 폭을 분배하는 것을 두고 이통 3사 간 주파수 격차가 다시 생길 수도 있다. 100·100·80㎒ 폭으로 주파수를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 80㎒ 폭을 할당받은 이통사는 경쟁사가 200~220㎒ 폭으로 광대역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180㎒ 폭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이통 3사는 동일한 주파수 폭(100㎒)으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SKT는 5G 가입자가 타사보다 1.5~2배 이상 많은 상황에서 ‘1인당 주파수’가 적어 서비스 제공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며 추가 주파수 할당을 요구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기준 1인당 5G 주파수는 LG유플러스 14.5㎐, KT 10.4㎐, SKT 6.5㎐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1인당 주파수라는 개념은 SKT 측 주장으로 세계전파통신회의(WRC) 등에서 인정받는 국제 표준은 아니다.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5G 주파수 확장·재배치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추가 경매에 관한 정부 뜻은 확고하다. 시기·방법만이 문제다. 하준홍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주파수 공급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고 3.7㎓ 대역을 두고 연구반에서 검토가 상당 부분 진행돼 곧 마무리할 것"이라며 "공급 방법에 대해서는 향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스펙트럼 플랜을 발표할 때는 5G 주파수 100㎒ 폭 포화 시점을 2022~2023년으로 예측했는데 예상보다 트래픽 증가가 늦어지고 있다”며 “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효율적인 주파수 활용을 위해 다양한 공급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과장은 이어 “과거에는 주파수 할당 조건으로 몇 년 내로 몇 개 기지국을 구축하라고 의무 구축 수량을 공고했는데 앞으로는 다른 조건도 추가해서 주파수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 수요를 더 충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2.3㎓도 5G용으로···제4이통 등 누구나 도전 가능
이번 주파수 공급과 관련해 또 다른 특징은 최근 5G 28㎓ 경매에 참여한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이 요구한 2.3㎓ 90㎒ 폭도 5G 주파수로 할당할 계획인 점이다. 해당 주파수는 과거 SKT와 KT가 와이브로 서비스에 활용하다가 서비스가 종료된 후 반납한 대역이다. 이와 함께 이통 3사 LTE 주파수 중간에 끼어 있는 2.55~2.62㎓ 70㎒ 폭도 함께 광대역으로 할당할 계획이다.
2.3~2.6㎓ 주파수 대역은 현행 5G 서비스에 활용되는 3.4~3.7㎓ 대역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느리지만 주파수 도달 거리가 길어 서비스 범위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더 적은 기지국 구축만으로 5G 전국망을 완성할 수 있다. 이제 막 통신 사업을 시작하는 제4이통사에 최적의 대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2.3~2.6㎓ 주파수 대역으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사례로는 미국 3위 이통사인 T-모바일을 꼽을 수 있다. T-모바일은 2.5㎓ 주파수 대역으로 5G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사인 버라이즌, AT&T보다 2배 이상 넓은 5G 서비스 대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실제로 5G 28㎓ 주파수를 낙찰받아 제4이통사로 입성할 예정인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은 2.3~2.6㎓ 주파수 대역에 관해 아직까지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중대역 주파수 추가 할당에 관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 측 입장은 다음 주 진행하는 미디어데이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3.7~4.0㎓ 대역 300㎒ 폭을 이통 3사에, 2.3~2.6㎓ 대역 160㎒ 폭을 제4이통사에 할당하기로 정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반 검토에 따라 3.7~4.0㎓ 대역 300㎒ 폭 가운데 일부가 제4이통사에 할당될 수도 있고, 2.3~2.6㎓ 대역 160㎒ 폭이 이통 3사 가운데 한 곳에 할당될 수도 있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와 후발 주자 보호를 위해 제4이통사만 참여한 가운데 3.7~4.0㎓ 대역 추가 할당 경매가 시행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LTE 재할당, 시장가치 고려해 정해야"
과기정통부는 3G와 LTE에 활용 중인 800㎒, 900㎒, 1.8㎓, 2.1㎓, 2.6㎓ 대역 재할당 여부를 두고 이용자 편익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두 주파수 대역은 2026년 하반기에 할당 기간이 끝난다.
LTE 주파수는 구체적인 할당 대역과 폭은 재할당 시기의 LTE 가입자 수와 트래픽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3G 주파수는 백업망으로 LTE 전국망이 완성된 만큼 글로벌 추세에 맞춰 재할당을 실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2002년 시작한 3G 서비스는 약 24년 만에 종료될 전망이다. 3G가 종료되면 3G용으로 쓰던 주파수는 5G 또는 6G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송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지금과 2026년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상황이 크게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TE 주파수 재할당 가치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대가 산정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재할당 희망 사업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선 6G 주파수 표준이 정해지는 WRC-27에 대비해 6G 주파수를 확보하는 계획도 공유됐다. 2026년 6G 기술시연을 하고 2028~2030년 6G를 상용화한다는 기존 정부 계획을 고려해 네 개 대역에서 후보 주파수 발굴을 추진한다.
우선 6G 주파수를 용도별로 네 개로 구분했다. △1㎓ 이하 대역은 서비스 범위 확대 △1~7㎓ 대역은 서비스 범위·서비스 속도·전송 용량 △7~24㎓ 대역은 서비스 속도·전송 용량 △24㎓ 이상 대역은 초고속·고용량 등에 활용한다.
2025년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에 대비해 항공통신용 주파수도 연내에 공급한다. 스타링크로 촉발된 저궤도 위성 인터넷 시장에 대비해 위성 서비스에 활용 가능한 주파수 공급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