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와 배 등 차례상에 올릴 주요 성수품 가격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 간 진실 공방이 뜨겁다. 조사 시기와 지역, 품목 등에 있어 양측 간 차이가 커 명절 특수성을 감안한 실효성 있는 물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23~30일 전국 16개 전통시장·34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설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한 가격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 설 차례상 차림 평균 비용은 31만3499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31만968원)보다 0.8% 오른 것이다.
그러나 민간이 들여다본 설 물가 상황은 정부 시각과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조사는 지난달 23일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을 산출한 결과 전통시장 기준 전년 대비 8.9% 오른 28만1500원, 대형마트는 5.79% 오른 38만58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물가정보는 일부 공산품을 제외한 대다수 품목이 이례적으로 올랐다고 평가했다. 해당 기관은 "축산물은 사료값 인상과 유가 급등 등 생산비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과일과 채소류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기관의 가격 차가 나는 이유는 물가 조사를 진행하는 시점과 지역, 규격, 품목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aT는 외부 용역을 통해 품목과 규격을 선정한 뒤 가격 조사에 나서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를 통해 공표하는 상시 판매 제품을 바탕으로 설 성수품을 조사해 발표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aT 관계자는 "다른 기관과는 다르게 매일 가격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준에 맞게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별도로 성수기라고 해서 규격과 품목을 다르게 결정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설 명절을 맞아 성수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일반 장바구니 물가 간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차례상을 차릴 때 통상적으로 가장 좋은 물품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설 성수품을 조사할 때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공식적인 물가와 체감하는 물가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그 격차가 클 경우 국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정부가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민들의 경우 피부로 느끼는 고통이 클 가능성이 있으니 설 전후 등 특정 시점에는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하다면 예산을 동원하는 등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물가 안정세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와 괴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100)로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일반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품목과 기본생필품을 대상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113.69)는 1년 전보다 3.9% 상승해 체감물가 상승폭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