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70% 이상이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임기를 마친다. 예년 같으면 재신임 관행이 이어졌겠지만 지배구조 개선책을 요구하는 당국 압박이 거세 예상보다 큰 '물갈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소속 사외이사 37명 가운데 73%에 해당하는 27명이 3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이를 고려할 때 올해 교체가 확실시되는 사외이사는 KB금융 김경호 이사(2019년 3월 선임)와 하나금융 김홍진 이사회 의장, 양동훈·허윤 이사(2018년 3월 선임) 등 4명이다.
관례대로라면 최장 임기를 채우지 않은 이사진은 일신상 사유가 없는 한 재선임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말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나 "금융지주 CEO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의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역할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 산하 독립 조직으로 사외이사 전담 지원 조직을 설치하는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모범 관행은 적용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강제사항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주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압박을 계속 가하는 만큼 이를 무시하고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지주 회장이 대거 교체된 점도 사외이사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사외이사 선임 절차상 후보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하진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선진화된 금융사 지배구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관행TF에서 은행권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부족을 지적한 데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에서도 주주서한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금융권·학계·남성으로 치우친 이사회에서 벗어나 사외이사의 분야·직군·성별·연령 등 전문성과 다양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지주는 각사별 중장기 경영전략과 부합하는 기준과 다양성 제고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며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 사외이사 평가·임면, 사외이사 교육 등 과정을 강화해 이사회 전문성 확보를 전제로 다양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