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이후 네 번째 연속 동결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3월 회의 때까지 위원회가 3월이 완화 정책으로 전환할 시기임을 확인하기 위한 확신을 얻을 것 같지 않다”며 “3월이 첫 번째 금리 인하를 위한 가장 가능성이 큰 케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데이터에 입각해서 회의 때마다 결정하겠다”며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점점 커지긴 하지만, “올바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2%를 향한 추세적인 하락세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장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연착륙을 인정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2%대를 한 번 찍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2% 수준으로 계속 안정되길 바란다”며 “1~2회 낮게 나오는 게 아닌 인플레이션을 2%에 고정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을 강하게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임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견조하다. 2년간 실업률이 4%를 하회했는데 이는 50년 만에 처음”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좋은 데이터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좋은 데이터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이번 긴축 사이클 동안 우리의 정책 금리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경제가 예상대로 나아간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정책적 제약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언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는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적절하다면 현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이어 "너무 빨리 완화하면 인플레이션 (완화) 진전이 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우리는 금리 인하 계획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수립할 단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참석자들이 금리 인하에 나설 '자신감'에 인하 시점이 달려 있다고도 했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성명서에서는 연준의 긴축 기조를 반영하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additional policy firming)' 관련 문구가 삭제됐다. 대신 연준은 이를 모든 금리 ‘조정(adjustments)’을 고려하겠다는 문구로 변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지속적인 주장을 철회했다”며 “최소한 이는 중립적이거나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명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시그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