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내가 투자한 스팩, 합병한다는데…'합병비율' 중요한 이유

2024-0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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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모주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투자에도 관심이 있을 텐데요. 스팩은 공모를 통해 증시에 상장하지만 향후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입니다. 즉 별다른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실체가 없는 기업인 것이죠. 그러나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스팩에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스팩은 목적 자체가 인수·합병인 만큼 기업과의 합병 이슈가 발생하기 전까진 주가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합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하죠. 공모를 통해 상장하는 것보다 절차가 간단해 시장에 입성하려는 비상장기업들은 스팩과 합병을 선택하곤 합니다.
 
스팩상장은 수요예측과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비상장기업은 스팩 합병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상장 심사를 받습니다. 심사 결과가 나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이때 스팩 주주들은 합병비율을 잘 봐야 합니다. 합병비율에 따라 스팩 주주들이 합병 후 교부받을 수 있는 주식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스팩보다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다면 스팩 주주가 받게 되는 주식 수도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팩 상장을 하려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선 미래 영업실적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수익가치와 최근 재무상태표의 순자산에서 조정항목을 가감한 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해 산정합니다. 자산가치는 재무상태표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산정되지만 수익가치는 추정된 미래 영업실적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현금흐름할인법(DCF) 등과 같은 절대가치평가법은 비교군이 없어서 기업가치가 적정한지 물음표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는 골프 시뮬레이터 전문기업 크리에이츠는 기업가치를 고평가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엔에이치스팩20호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두 차례 낮췄습니다.
 
처음 공시한 합병비율은 1대0.3444374로 책정됐어요. 그러나 지난 18일 합병비율을 1대0.3657949로 낮췄습니다. 뒤이어 지난 29일 합병비율을 1대0.4005468로 또다시 조정했습니다. 합병가액과 수익가치를 더 낮추면서요. 스팩은 소멸 합병되는데요. 엔에이치스팩20호 1주당 교부해야 할 크리에이츠 주식이 0.40주 수준인 것이죠. 합병비율이 소폭 조정됐지만 스팩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합병 승인을 위해서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어요. 최근 합병에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2022년 11월 스튜디오삼익과 IBKS제13호스팩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으로 밸류에이션이 수차례 변경됐지만 결국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11년 만에 부결됐어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 계좌가 있는 증권사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의결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주식매수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츠는 주당 1만580원에 매수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엔에이치스팩20호의 주가는 현재 9800원대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실적 논란뿐만 아니라 크리에이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약속한 보호예수도 6개월에 불과해 합병 상장 이후 주가 수익률이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스팩 합병은 기업가치 산정에 논란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당국도 이를 손보겠다고 했죠. 기업가치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상대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대가치는 유사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재무지표와 주가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산출한 가치입니다.
 
스팩 합병 상장은 수요예측을 통한 밸류에이션 평가 과정이 없기 때문에 스팩 주주 입장에선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내용만 가지고 확인을 해야 합니다. 관련 정보가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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