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재차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서보민 부장판사)는 3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총 45억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합계 청구액 108억3000만원 중 약 42%가 인정됐다. 이에 대해 "배상액은 원고별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되, 개별 원고의 후유증 여부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 7월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지어졌으나, 실상은 수용자를 상대로 강제 노역·폭행·가혹 행위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수용자 1명이 직원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상이 처음 드러났다.
무연고자·장애인·고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어린이 등 무고한 시민을 길거리에서 납치해 형제복지원에 수년간 불법 감금한 사실이 폭로됐다. 납치와 불법수용에 대한 경찰 등 공권력의 방관·묵인·협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를 마무리 짓고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1일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위자료 규모는 피해자 1명당 수용 기간 1년에 8000만원이었다.
정부는 이달 10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사건들의 선례가 될 수 있어 금액의 적절성 등에 대한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선고 후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항소한다면 반인권 국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피해자들이 항소할 수는 있을지라도 국가가 항소하진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