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4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조위원 11명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4명씩,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해 구성한다. 또 특조위는 불송치됐거나 수사가 중지된 사건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은 공정한 조사위 구성이 되지 않고, 조사위에 과도한 권한이 예정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은 법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참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피해자를 구할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는 단계"라며 "민주당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재협상에 응하면 공정성이 담보되고 또 전례에 없던 독소 조항들이 제거된다면 여야 간에 합의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기어코 행사했다"며 "유감을 넘어서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그 책임이 있는 정부가 진상 규명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열고 "재난을 막고 그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를 부정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원내대변인은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오직 진상 규명이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의 진상 규명 요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보상 운운하며 유가족을 모욕하지 마라. 이런 정부의 태도가 유가족들을 더 치를 떨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태원 유가족들 역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 데 대해 강력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 정부·여당과 윤 대통령은 159명의 희생자들을 외면했고 그 가족들조차 송두리째 외면했다"며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던가. 유가족들이 오직 바라는 것은 진상 규명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