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을 점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18조원을 넘어섰다.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빚을 내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하락해 미수로 남은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주가 부진이 이어진다면 반대매매 규모가 급증해 주가가 재차 폭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 우리 증시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9381억원에 달한다. 코스피가 9조4703억원, 코스닥이 8조4678억원 수준이다. 이차전지 주가가 급락하며 '지금이 살 때'라며 개인투자자들이 빚내서 주식을 사들이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작년 11월 초 16조원 중후반대에서 슬금슬금 늘어나더니 연말께 18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시사한 올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연말 증시 호황을 뜻하는 '산타 랠리'에 올라타기 위한 개인투자자의 매수 움직임이 활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잔액 규모로 보면 지난해 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다르다. 올해 들어 코스피, 코스닥 할 것 없이 지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을 겨냥해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이 증거금을 추가로 채워 넣지 않으면 이들 주식은 반대매매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매매는 주식을 살 때 증권사가 매수 대금을 대신 지급한 금액인 '위탁매매 미수금'을 매수 당사자가 갚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매도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이 위탁매매 미수금도 작년 11월 1조원 안팎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26일 기준으로는 9355억원 수준이다. 주가 하락기에 반대 매매는 파는 쪽에 불리한 값으로 체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저가 매도로 증시 침체 부담을 더하는 꼴이 될 수 있다.
30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2498.81로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대비 171포인트(6.4%) 떨어진 상태다. 코스닥 지수도 818.86로 같은 기간 60.07포인트(6.83%) 하락했다. 코스피에선 반도체, 코스닥에선 이차전지와 인공지능(AI)주가 장세를 이끌 기대주로 꼽혔지만 이달 중후반 내내 힘을 쓰지 못했고 최근 폭락기를 겪었다. 증권가는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다고 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중국 경기 불안 지속으로 외환 변동성 확대, 기업 실적 컨센서스에 대한 불안심리 등 여러 악재로 1월 증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세 반전 여부는 2월 말~3월 중순께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