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김하성씨(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류현진씨(37)에게 '술자리 폭행' 사건으로 거액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전 야구선수 임혜동씨(28)가 구속을 면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혐의를 받는 임씨에 대해 "(추가) 소명의 필요성과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 측면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발부의 상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공범과의 공모나 실행 분담 여부, 별도로 인지한 피해자(류현진)에 대한 공갈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추가적 소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25일 오전 10시 15분께 법원에 도착해 '류현진 협박 혐의를 인정하느냐', '에이전시 팀장과 공모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법정에 들어갔다. 약 30분의 심사를 마치고 나와서도 침묵을 지켰다.
앞서 김씨는 2021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임씨와 술을 마시다 몸싸움을 벌인 뒤 임씨의 협박으로 합의금을 요구받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김씨는 합의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4억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임씨가 류씨에게도 수억원을 뜯어낸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 류씨에게는 2022년 1월에는 함께한 술자리에서 임씨의 엉덩이를 때리는 듯한 영상으로 협박해 3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임씨는 두 선수가 소속된 에이전시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에이전시 팀장 박모씨가 임씨와 공모한 정황을 발견하고 두 사람에게 공동공갈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참고인 신분이었던 박씨는 피의자로 입건됐다.
김씨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임씨는 김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 측은 일방적·상습적 폭행을 부인하며 임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임씨는 2015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투수로 입단했으나, 1군에 데뷔하지 못하고 이듬해 팀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