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 만으로 학생들이 문화적으로 차별 받는걸 완화하는게 국가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자, 백자, 달항아리 등 중요문화재 전시를 올해 12개 도시에서 진행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위해 지역으로 향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표한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문화 활성화를 강조했다.
국보·보물 등 중요 문화유산 2724건 중 42.8%인 1165건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찾아가는 전시’다. 지역에 있는 소속 박물관 13곳을 활용한다. 경주 금관총에서 발견된 국보 금관, 청동기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보물 ‘농경문 청동기’, 백자 달항아리, 기마인물형토기, 청자 등이 포함된 총 6종의 전시를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윤 관장은 “전시와, 교육, 공연이 어우러지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기증품 순회전도 이어간다.
2022년 10월부터 광주, 대구, 청주에서 열려 74만여명이 찾은 ‘이건희 기증전’이 계속된다. ‘인왕제색도’ 등을 만날 수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는 오는 6월 제주에서 먼저 선보인 뒤, 오는 9월 춘천으로 이어진다.
이 선대 회장의 기증품 중 출토 정보가 확실한 것은 관할 지역 소속 박물관으로 임시 이관해 상설 전시에 활용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 청주, 제주, 전주 박물관에서 야외 석조물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대구와 공주박물관에 옥외 전시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양한 전시도 마련했다.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청명본) 확보를 계기로 원석탁본을 고구려실에 처음 전시한다. 이와 함께, 상설전시관 ‘역사의 길’에 디지털로 복원된 원석탁본 족자를 전시하고, LED미디어 타워를 설치해 디지털로 재현한 광개토대왕릉비 영상도 상영한다.
윤 관장은 “올해는 고구려 관련 콘텐츠를 강화한다. 고대사를 이야기할 때 광개토대왕릉비를 빼놓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상설전시실 내 선사고대관은 도입부부터 고구려실까지 약 1613㎡(약 488평) 규모의 공간을 전면 개편해 오는 12월 중에 공개할 방침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가져갔다가 2011년 장기 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연구·조사한 성과를 전시로 연출한 별도 전시 공간도 오는 11월 선보인다.
이와 함께 카타르 이슬람예술박물관이 소장한 예술품 80여 점을 토대로 이슬람 문명권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이슬람실'을 새로 꾸며 2025년 공개할 예정이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간도 올해 9월부터 상설전시실 3층 조각공예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국내·외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6월에는 미국 덴버박물관과 함께 북미 지역 인디언의 삶과 예술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11월에는 고려시대 상형청자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선보인다.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이 소장한 회화 등 약 120점의 유물을 통해 19세기 말 빈(비엔나)의 예술 흐름을 짚는 '비엔나 모더니즘의 탄생'도 오는 11월 만날 수 있다.
한·일·중 국립박물관장 회의 연계 특별전인 ‘동아시의 칠기’ 전시는 오는 7월 열린다. 한국의 ‘나전 경함(보물)’, 일본의 ‘마키에 대야’, 중국의 ‘꽃모양 찬합’ 등 45점이 소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이 공동 주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