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 발생했던 '갈등설'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동행으로 봉합 국면으로 전환됐다. 갈등이 계속될 경우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에서 패배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여권이 공유한 결과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갈등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야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는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6%,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47%로 팽팽히 맞섰다.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3%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는 응답자는 26%로 나타났다. 주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3.4%,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여권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 관련 리스크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다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수도권 민심은 땅바닥이 아니라 빙판에 헤딩하는 기분"이라며 "총선 패배 후에 김건희 특검을 강제로 받는 것보다 지금 선제적으로 특검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관련 논란에 침묵 모드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날 상경 열차에서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대통령실이 반발한 지점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대통령실의 대책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른 뇌관인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는 오히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이 여권의 험지인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면서 비대위원직을 자진 사퇴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 위원장은 '김경율 사퇴가 출구전략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결국 '김건희 여사 논란'을 해결할 키는 대통령실이 쥐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히거나, 김 여사의 기자회견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병행하면서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다.
다만 윤 대통령 혹은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을 통해 사태가 마무리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잘못을 인정했다'는 프레임에 걸려 야당의 공세만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통령실 등 여권 주류가 '김 여사는 몰카 정치공작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 결과로 관측된다.
한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양상을 두고 '약속대련'을 주장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한 위원장은 삼일천하도 아니었다"며 "어설픈 봉합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제 쟁점이 좁혀져 김경율 비대위원을 가지고 줄다리기하는 양상으로 갈 것으로 본다. 김 비대위원을 괴롭히기 위한 2차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 위원장에게 대통령은 직장 상사였고, 김 여사는 직장 상사의 부인이었다"며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가 동시에 작동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