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 판매 호조에 힘입어 6거래일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시총 1위를 탈환했다. 애플이 시총 1위를 탈환했지만, 인공지능(AI)을 내세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MS와 격차는 간발의 차이다. 숙명의 라이벌 애플과 MS가 글로벌 시총 1위를 두고 당분간 시소게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주가 상승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의 사전 판매 호조 영향으로 풀이된다. 애플 전문 분석가 대만의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지난 주말 비전 프로 판매량을 최소 16만대, 최대 18만대으로 예상했다. 이는 초기 판매 예상치(6만~8만대)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올해 판매 전망치인 50만~60만대의 3분의 1을 단 이틀 만에 판매한 셈이다.
다만 애플의 비전프로 판매 호조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궈 애널리스트는 "코어 팬과 헤비 유저들의 주문 이후에 수요가 빠르게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비전프로의 높은 가격 때문에 아이폰과 같이 지속적인 판매 호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시장에서는 의문이 나온다. 비전프로의 가격은 256GB(기가바이트) 저장용량 기준 3499달러(약 467만원)이고 512GB와 1TB(테라바이트)는 각각 3699달러와 3899달러로 현지에서도 높은 가격이 소비자의 진입 장벽으로 거론된다.
비전프로의 호조가 단기간에 끝나거나 내달 2일 출시에 따른 평가가 안 좋으면 애플의 시총도 흔들릴 수 있다. 모건 스탠리의 에릭 우드링 애널리스트는 CNBC에 "비전프로의 성공이 애플의 장기적인 잠재력에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며 비전프로 흥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총 1위 자리를 두고 MS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기세만 보면 추격자 MS가 수성자 애플보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애플의 주가가 40% 오를 때 MS는 57% 상승하며 더욱 빠르게 뛰었다. MS주가는 올해도 연초 대비 7%가량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이 2%가량 올랐을 때 이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MS의 주무기는 AI다. MS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AI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대주주로 알려진 MS는 AI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월 20달러 개인용 AI 서비스 '코파일럿 프로'를 출시하고, 키보드에 '코파일럿' 키를 도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애플은 올 하반기 공개한 아이폰 16시리즈와 iOS 18 등에서 AI 기능을 도입해 MS를 추격하겠다는 계획이다.
월가에서도 AI붐과 함께 MS의 상승세를 주목하고 있다. 투자계 거물들도 잇따라 MS 주식 비중을 늘렸다고 발표했다. 켄 피셔 피셔엔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 2023 회계연도 3분기에 MS 주식을 56만주 이상, 켄 그리핀 시타델 대표도 같은 시기에 163만주 이상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MS와 애플 시총 대결의 다음 라운드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MS와 애플은 각각 오는 30일과 내달 1일 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