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미사일총국이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시험발사는 성공적”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는 2021년 9월, 2022년 1월 5일과 11일에 이어 네 번째지만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IRBM 시험 발사는 처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처음이며 지난해 1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후 27일 만이다.
북한이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보통 음속(340m/s, 마하 1)보다 5배 빠른 마하 5 이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말한다. 마하 5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1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빨라서 요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발사 뒤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했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한 이후에는 순항미사일처럼 비행한다. 비행 궤적을 예측하기 어려워 요격하기 어렵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여태까지 공개한 극초음속 IRBM은 ‘화성-8형’과 ‘원뿔형’이 있는데,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원뿔형 극초음속 IRBM”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은 14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한 고체연료 IR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며 “이 같은 행태는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체연료는 건전지처럼 미사일에 상시 저장할 수 있다. 탱크로리로 운반해 주입 작업을 거쳐야 하는 등유 계열 액체연료와 달리 고체연료를 장착한 발사체는 즉각 발사가 가능하다. 미사일 발사 준비 상황을 포착하기 어려워 위협적이다.
신 국장은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 주입형 엔진이 달려 있는 IRBM으로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괌까지는 약 3500㎞, 알래스카까지는 약 6000㎞ 떨어져 두 곳 미군 기지를 타격권에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괌과 알래스카를 타격권에 두면 오키나와 등에 있는 주요 주일 미군 기지도 타격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를 겨냥한 것이 아닌 미국 등을 겨냥한 IRBM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극초음속은 속도가 빨라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존 탄도미사일과 다르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탄도미사일도 극초음속과 비슷한 음속 수준”이라면서도 “탄도미사일은 어디로 발사되는지 예측하기 쉽다. 하지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타고 올라간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고도 30-60㎞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이유로 대기권에서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공기를 타면서 활공 비행을 하기 때문에 수시로 공기 저항을 받아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어 사거리도 줄어들게 된다”며 “이 부분이 기존 탄도미사일과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음속이어서 요격하기 어렵다고 하는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