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대만 독립' 노선을 표방하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당선인이 승리한 가운데 세계 각국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의 서방 국가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환영한 반면 중국, 러시아 등은 행여나 대만 독립 주장이 불거질까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라이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대만 국민들이 강력한 민주주의적 시스템과 선거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 역시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가 번창해서 기쁘다"며, 5월 있을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에 의원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 질문에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짤막한 답변 만을 남기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유럽 국가들도 라이 후보 당선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오늘 선거는 대만의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대만해협의 양측이 무력과 강압의 사용 없이 건설적 대화를 통해 차이점을 평화롭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선거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 양안(중국·대만) 긴장 고조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EU 산하 외교 부서인 EEAS(대외관계청)은 "EU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지역 및 글로벌 안보와 번영의 핵심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며 "EU는 여전히 대만해협 간 긴장 고조에 우려하고 있고, 현상 유지를 바꾸려는 어떠한 일방적인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일본 정부는 민주적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과 라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일본 정부는 (대만과) 비정부적 실무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일본과 대만 간 협력과 교류를 한층 심화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中·러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
반면 친중 성향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패배 소식에 중국과 러시아 등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라이 후보 당선을 계기로 대만의 친미 행보 및 독립 주장이 강화될까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중국 외교부는 14일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성명을 내고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세계 상에서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기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건히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에 반대하며 '2개의 중국' 및 '1개의 중국과 1개의 대만'에 반대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대만 업무 주관 부서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 대변인은 "라이칭더의 득표율은 (대만)섬 내 일부 민의만을 반영하고,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라이칭더가 소수의 민의를 이용해 다수의 민의를 압박하고, 대만동포와 조국인 대륙과의 관계를 더욱 이간질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다.
중국과 밀월 관계에 있는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을 의식한 듯, 일부 국가들이 대만 선거 결과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대만해협 양안 관계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외부 세력들에게 지역 안정과 국제 안보를 해칠 수 있는 도발적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