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이지스자산운용 인프라부문 대표는 20여 년째 인프라 한길만 걸어온 베테랑이다. 2002년 삼일회계법인 '리츠&SOC팀'에서 시작한 그는 2005년 글로벌 인프라 투자회사 맥쿼리캐피탈에 옮겨가 10년의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5년 삼천리자산운용을 거쳐 2017년 신한자산운용(前 신한대체투자운용)에 합류해 인프라전략투자실장을 역임했다. 당시 총괄한 투자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에 합류한 것은 2022년 1월이다. 새로 신설된 인프라부문의 주축인 인프라전략투자파트를 이끌다 올해 인프라부문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명실상부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다. 부동산 외 다양한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고심하던 이지스자산운용은 오 대표를 인프라 분야 강화 적임자로 택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 이지스자산운용의 주력 상품인 부동산과 인프라부문은 어떻게 다른가.
"인프라 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또는 운영 사업의 지분과 대출 등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대체투자라는 한 울타리에 있지만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부동산과 차이가 있다.
첫째, 투자 결정 시 자산 운용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부동산은 위치가 핵심이다. 건물은 소유주와 임차인이 누구고 이에 따라 운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가변 요소고, 위치는 불변 요소다. 이 부분이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반면, 인프라는 제대로 운영되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발전소가 있는데 운영이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인프라는 투자에 앞서 시설 운영 여부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
둘째, 제도적 뒷받침은 인프라 투자의 안정성을 보강해준다. 인프라 투자는 국가 필수재 성격인 SOC 공급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그만큼 사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계약 구조가 만들어진다. 부동산 대비 상대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끝으로 투자 변동성이 낮다.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 자산으로 손바뀜이 덜하다.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 가치 변동 폭이 부동산 대비 적다."
- 올해 인프라 시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지난해 금리가 급격히 인상하며 대체투자에서 채권으로 수요가 옮겨갔다. 인프라도 예외는 아니다. 자산배분을 해야 하는 기관들이 상장주식의 평가 절하로 비중이 높아진 대체투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관의 요구 수익률도 함께 높아졌다. 낮은 수익률에 안정성이 높은 코어(CORE) 전략도 금리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수인의 매수가격과 매도인의 기대 매각가격의 갭이 조정되지 않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신에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밸류애드(Value-add) 투자가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는 추세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해외 인프라 투자에 15%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밸류애드 트랙레코드가 있고, 성과를 보여온 운용사들에 기관이 상대적으로 몰렸다.
정리하면, 부동산만큼 변동성이 크진 않았지만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 차이로 인해 코어보다 밸류애드 투자가 활성화됐고, 다만 밸류애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기회 자체가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볼 수 있다."
- 떠오르는 투자 섹터는?
"에너지 생산 과정에 탈탄소화를 추구하는 에너지 트랜지션이 있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 탄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반시설들이 있다.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되, 발생하는 탄소를 흡착해 없애버리는 형태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수소경제도 큰 테마다. 수소는 에너지의 저장, 운송 개념이 되어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 및 유통하는 제반의 인프라도 중요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몇 배씩 성장하는 시기를 지나오며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 기회도 늘었다.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요소들에는 데이터센터, 통신시설, 파이버넷 등이 있다."
- 이지스자산운용 인프라 부문의 비전은?
"국내외 다양한 인프라 섹터에 전문성을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되는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인프라부문에는 약 30명 가까이 인력이 있고, 산업을 직접 경험한 인력이 많다. 특정 섹터에만 강한 운용사들은 존재하지만, 다양한 섹터에 전문성을 갖고 투자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운용사는 많지 않다. 인프라부문의 산업 전문성을 갖춘 인력 구성이 섹터 커버리지를 다양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판단한다.
기관의 선택을 받아 블라인드 펀드 위주로 운용하고 싶다.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투자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투자 성과로 운용 경쟁력을 설명할 수 있는 플래그십 펀드를 블라인드로 조성하고,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는 인프라부문이 되고 싶다."
- 현재 준비 중인 사안에 대해 소개해달라.
"현재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테마에 맞는 인프라 펀드를 준비 중이다. 연료전지와 ESS(에너지저장시스템, Energy Storage System) 등 2건의 입찰에 참여해 사업자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자산운용사업계에서 사업의 가장 초기 단계인 입찰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해 사업권을 얻어낸 경우는 흔치 않은 케이스이다.
통상 인프라 개발 사업은 입찰에 성공하는 것이 가장 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사업권 확보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를 시드 에셋(Seed Asset)으로 펀드레이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건이 인프라부문의 첫째 블라인드 펀드가 될 것이다.
전기차 충전 시장에 투자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아직 밝히기 어려운 단계이지만, 전기차 충전 시장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 인프라, 모빌리티 간의 시너지를 통해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자산운용사가 수동적인 자산관리자(AMC)에서 더 나아가, 진정한 의미로 투자 실현을 대신하는 GP(General Partner)로 거듭나려면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국내 인프라 업계는 새롭게 성장하는 루키가 잘 나오기 힘든 토대다.
인프라 펀드는 운영을 책임질 전략적 투자자(SI)나 신용보강을 도울 재무적 투자자(FI)의 존재감으로 모집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두 요소만 중요한 판단 준거로 기능할 경우, 국내 자산운용사는 SI와 F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자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어렵다. 투자의 성격도 보다 적극적인 업무 수행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지분 투자보다, 한 발 물러서 차주의 신용에 기대는 대출 투자만 이뤄지기 쉽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전문성과 트랙레코드를 만들 수 있게 투자자들이 기회의 문을 조금 더 열어줄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PE) 업계처럼 액티브한 도전을 하는 신생 인프라 펀드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봐주길 부탁드린다."
- 자산운용사로서 갖춰야 할 역량과 자세는 무엇인가.
"고객의 자산을 내 자산으로 여기고 운용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본인의 자산을 잘 운용하다보니, 그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고 싶어 생긴 것이 집합투자업이다. 대체투자업계는 딜을 따내고, 클로징하는 일이 조명을 받곤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행한 투자가 성과를 내는 것이다. 고객의 자산을 내 자산처럼 고민하고, 세밀하게 챙겨야 한다."
오태석 이지스자산운용 인프라부문 대표 프로필
△ 1976년생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2002~2005 삼일회계법인 REITs & SOC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 2005~2015 맥쿼리캐피탈 IBD (Corporate Finance) 인프라스트럭처 상무
△ 2015~2017 삼천리자산운용 운용본부 이사
△ 2017~2022 신한자산운용 인프라 전략 투자실장
△ 2022~2023 이지스자산운용 인프라전략투자파트장
△ 2024~ 이지스자산운용 인프라부문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