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선거 정국 북한의 집중 도발에 대비 필요

2024-01-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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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국방과제의 우선순위가 “핵무기 생산확대”라고 했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라며 “유사시 핵 무력 등을 동원하여 남한영토를 평정하기 위해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라고 협박하였다. 북한은 올해 1월 5일부터 3일간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기습 포격하는 등 새해 초부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북한 경수로가 시운전되고 있어 북한의 “플루토늄 추가확보”도 우려된다. 북한은 2023년 한 해 미국을 겨냥하여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다섯 차례나 실시하였고, 군사정찰 위성도 발사하여 국제사회로부터 지탄받고 있다. 올해에는 4월 우리나라 총선이 있으며,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이 예정되어 있어 북한의 거친 도발이 예상된다. 북한의 속셈은 한국에서 남남갈등 등 국민 간에 갈라치기를 유발하고, 미국을 위협하여 차기 미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대북 핵 억지력 확보와 함께 국민의 안보의식 강화가 필요하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를 방패막이로 삼아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뒤흔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였다. 그런데도 유엔 안보리에서는 중국·러시아가 북한 입장을 옹호하고 있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를 추가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났다. 다행히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2023년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선언을 발표하고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였으며, 지난해 8월 한·미·일 안보동맹을 결성한 캠프데이비드 선언 등의 성과를 거두어 한·미 간은 물론 한·미·일 간에 굳건한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여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어 온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방러로 북러 관계가 더욱 공고하게 되어 사실상, 동북아지역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와 북·중·러 동맹 간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신 냉전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발 빠른 외교 활동으로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해오고 있으며 외교적 역량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서 나토 일원까지 확장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제 삼 년 차로 접어들고 있다. 윤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나토 국가들과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등 우리나라의 위상을 제고시켰다.
 
올해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으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은 변화되지 않았다. 미·중 관계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선 후보들의 중국 때리기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에서 강력한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대선 유세현장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만일,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차기 미 정부의 외교정책 핵심이 북한 문제가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북한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바라고 있으며, 향후, 미·북 간에 전격적인 정상회담 재추진을 통해 북한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두 차례의 핵 실험을 하였으며,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무수히 발사하여 한반도에서 긴장 수위를 고조시켰다. 북한은 또다시 유사한 도발을 시도할 것이다. 과거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참하였으나, 이제는 그러한 대북압박 장치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강력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통한 군사력 우월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오는 3월 17일 러시아의 대선과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가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5선 당선이 유력하다고 볼 수 있으며, 푸틴은 당선 이후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해 공세적인 태도로 나올 것이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되었다. 향후 북러 군사동맹 관계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에서 “대만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만의 지정학적인 중요성으로 인해 대만 총통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다. 동북아지역에서 중국·러시아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도 한반도에서 북·중·러 동맹 관계를 북한에 유리한 국면으로 악용할 것이다. 북한이 도발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는 만큼, 올해 다양한 형태의 군사적 도발이 감행될 것이다.
 
최근 미국 전직 고위관리들이 북한의 비핵화보다 핵 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한·미 간에 북한의 핵무기를 완벽하게 억지할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2024년 정부가 집중해야 할 대북정책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하고 한·미 간에 핵협의그룹(NCG)의 운영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군사력을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힘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5일 북한의 기습포격에 우리 군이 두 배로 대응하였다. 잘하였다. 마음 든든하다. “1980년대 미·소 냉전체제 속에서 소련이 미국의 스타워즈 구상을 따라가다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어 결국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더욱 정밀하고 가공할 만한 첨단 무기개발에 주력하여 북한을 압도할 전략무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민주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체제 간에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것은 인권문제이다. 북한은 종교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넷째, 국제공조체제 강화를 통해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을 철저하게 차단하여 미사일 개발 등의 자금원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의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 정부의 대북정책이 우리 정부와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에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레드팀을 구성하여 대응책을 마련하자.



필자 주요 이력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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