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올드보이(OB)들이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일제히 야권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낙연 전 총리 등이 추진하는 신당 창당에 급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 전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함께한 식사자리를 잊을 수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은) 야권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유언이 됐고, 이게 제가 정치에 뛰어든 중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의 '야권 통합' 강조로 당내 '친문(친문재인)계'의 거취가 주목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친문계가 합류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당초 올해 초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으로 잠시 미뤄진 상태다.
DJ의 자타공인 최측근으로 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연일 이 전 대표에게 탈당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016년 당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지만, 결국 다시 민주당에 복당한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은 '단결해서 총선승리, 정권교체'하라는 요지이다"며 "문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을 소환해 말씀했다면, 이 대표도 단결에 강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 전 대표도 돌아와서 윤석열 독주정권에 투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꼭 이 순간 창당을 해야겠느냐"며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창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향도 잘못이고 문제 해결 능력도 없는 창당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이에 당내 비명계와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김종민·조응천·이원욱·윤영찬)'의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탈당하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를 모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탈당 만류' 메시지로 입장이 바뀔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