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61)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피해자 5명이 검찰에 구씨를 직접 고소해 수사가 시작됐으며, 실제로 구씨가 공개한 대상자는 더 많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배심원 7명도 전부 무죄로 평결했다.
2심 재판부는 구씨의 행위가 '사적 제재'로서 현행법에 어긋난다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적인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배드파더스에 피해자의 이름, 출생 연도, 거주 지역은 물론 얼굴 사진이나 세부적인 직장명까지 공개돼 있는데, 이러한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다며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구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이트에서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공개 여부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나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사전 확인 절차를 두지 않았고, 양육비를 지급할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육비를 미지급하게 된 데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수 있음에도 사전에 양육비 미지급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