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새해 미중관계와 우리의 경제안보 전략

2024-0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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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



새해 우리나라는 미·중 관계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미국은 올해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미 대선 후보자들은 ‘중국 때리기’ 경쟁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을 보인다. 미 의회의 하원 의원들 역시 중국 견제와 압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즉, 작년부터 상정된 중국 압박 법안을 최대한 많이 입법화하려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자기 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 유권자에게 자신의 재선 적격성을 호소할 수 있다. 미국의 하원 선거가 대선과 같은 날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병행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제3자의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중국에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면서도 유화적인 양상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이 중국의 반응과 대응을 예상해볼 수 있다.

미 대선 후보의 중국 때리기가 과열되면 될수록 중국의 반응도 민감하고 과민하게 나타날 것이다. 중국도 이에 수수방관하지 않고 미 대선 후보의 잘못된 발언과 인식을 지적하면서 자국의 입장을 항변하거나 강력히 대변하면서 이들과 설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격앙된 중국의 목소리는 미·중 전략경쟁 관계의 심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들릴 것이다. 이런 현상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대선 유세 기간 동안의 후보자들의 강경 발언이 그들의 기본적인 인식과 비전을 대변하지 않는다. 득표를 위한 선거용에 불과하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이 되든, 트럼프가 또다시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이들은 외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예를 보면 두 번째 임기의 대통령은 국내 정치보다 외교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과거 재선 대통령들은 두 번째 임기에는 중국 관계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임기에는 중국에 강한 정책과 전략을 구사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두 번째 임기 때 이들은 중국에 상당한 유화적이고 우호적인 자세로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재선이 될 경우 중국에 강경한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바이든은 기존의 인·태 전략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역시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면서 중국에 대한 배신감을 되갚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 때 당한 중국의 배신을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한 것도 중국에 집중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 의회는 지금까지 상정한 중국 압박과 견제 관련 150개가 넘는 법안을 입법화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선례를 따르면 이들 법안은 올해 여름부터 입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2년 여름에도 이들은 재선을 위한 선거용 치적 쌓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의 대표적인 결과가 당시 미 의회가 통과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 등이었다. 이런 법안으로 민주당이 당시 중간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다. 150개 이상의 중국 관련 법안을 미 의회가 어떻게 취합하여 어떠한 최종 협상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회복이 중요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로 하여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위한 기초 작업은 지난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에서 완료되었다. 올 한 해는 이의 후속 조치 관철이 관건이 될 것이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미 행정부가 비록 중국을 계속 압박할 것이지만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과 교역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공산이 크다. 여의치 않을 경우 작년 10월에 미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생산 공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과 같은 유사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은 미 의회가 입법화하는 중국 압박 법안에 간헐적인 규제 조치로 맞대응할 것이다. 가령, 중국은 2022년 12월에 미국의 IRA와 반도체 법안에 대응해 희토류를 포함한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을 공시하였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희토류 수출 제한을 공식화하는 공시를 몇 개 발표하였다. 이들 공시가 실제적인 효력을 아직은 발휘한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 조치는 언제든 작동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렇듯 중국은 미국 의회가 입법을 통한 압박과 견제를 가중할 때 나름의 유사한 대비책으로 맞대응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 중국의 맞불작전이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우리의 대비책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의 국가안보실 경제안보차장의 인사가 관건이다. 경제안보 시대에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국가안보실에 경제안보차장을 임명할 것이라는 소식은 가히 고무적이다. 그래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제안보차장은 미국과 중국을 모두 아우르는 인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한 나라의 전문가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즉, 신임 경제안보차장은 미국 전문가나 중국 전문가가 돼서는 안 된다. 경제나 과학기술의 전문가가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대신 미국과 중국의 국내 정치는 물론 국내 경제 상황과 대외경제 관계를 모두 섭렵할 수 있는 인물이라야 한다.

미국의 경제안보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 정치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신임 경제안보차장의 선결 조건이 되어야 한다. 미 의회가 어떠한 법안을 어떠한 목적으로 상정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미 의회 정당정치에 능통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과학기술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즉 미 의회 정치와 정당정치, 그리고 입법된 법안의 의미를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국의 경제안보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가 적합하다. 중국은 미국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맥락에서 경제안보정책을 채택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 상황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로 하는 자원과 기술을 충족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 분야에서는 말이다(본지 2023년 3월 9일자 “[주재우의 프리즘] 속도내는 美 인태 전략···'괴물' 중국의 성장을 막아라” 참조).

경제안보차장을 필두로 관련 부처와 대통령실에도 경제안보 담당의 전문 부서와 조직 신설이 수반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경제안보 관련 조직과 부서는 유관 부처에 즐비하게 설립되어 있다. 가령,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실과 국무부뿐 아니라 국방부, 상무부, 재무부, 농업부는 물론 심지어 미국중앙정보부(CIA)에도 중국경제안보를 전담하는 조직이 설립되어 있다. 이들의 보고서가 모두 백악관의 경제안보 담당자에게 집결된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안보차장 역시 경제안보의 군사적, 산업적, 경제적, 외교적 의미를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경제안보차장은 미 법안의 의미를 정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가령, 2022년에 미 의회가 IRA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우리는 그 법안의 허점을 알아봤어야 했다. 미국이 우리 이차전지 제품에 보조금을 배제한 것에만 볼멘소리를 낼 것이 아니었다. 중국이 이차전지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우리가 세계 시장의 40% 정도를 점유한다. 미국이 중국산 이차전지를 법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우리에게 쾌재였다. 미국이 우리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 데만 매몰되었다. 이를 우리의 레버리지로 활용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우리의 이차전지 산업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더 많은 생산시설을 구축해 우리 경기와 경제 회복을 견인했어야 했다. 그리고 미국에 법안 수정을 당당히 요구했어야 했다. 경제안보차장직의 신설로 더 이상 이런 호기를 놓치는 아쉬움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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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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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연 이 정부가 미국과 더불어 중국까지 이해할 만한 인재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존재한다손 쳐도 과연 그 인재를
    흔쾌히 그 자리에 등용할까 싶네요.
    어쩌면 외교 관련 재판에 참여한 검사 출신의 인사를 떡하니 배치할지도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행태를 봤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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