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미중 정상회담 이후..…韓국익 극대화 방법 셋

2023-11-16 08:00
  • 글자크기 설정
주재우 교수
[주재우 교수]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미·중 양국은 복잡한 국내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 성사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올 1월부터 양국간 고위급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렸다. 회담의 목적은 두 나라의 심각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는 데 있었다. 미국은 국가부채가 31조4000억 달러(약 4경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26%를 넘어선 지 오래다. 내년 미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내년도 1, 2분기의 경제지표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의 재선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중국 역시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경제가 호전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면서 급기야 7월부터는 이의 공표를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의 경제 성장률을 5% 전후로 신중하게 내다봤었다. 그런데 현실은 1분기에 4.5%, 2분기에 6.3%, 3분기에 4.9%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분기에 많은 기관이 예상한 7% 예상에 미달했다.
이젠 미·중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채택된 일련의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에서 입증되었다.  4차산업의 시대 중국 경제 성장과 발전의 가장 결정적이고 관건적인 요소는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조달에 제동을 걸었기에 고충을 면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4차산업 정체는 2~3년 만에 미국 경제의 고충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민주당과 야합으로 통과시킨 대중국 경제안보 법안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법안은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법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본지 2023년 5월 3일 “[주재우의 프리즘] 우리도 대중 전략 조정이 필요한 이유” 참조). 가령, 우리가 생산하고 전 세계에 공급하는 메모리 반도체 약 70% 중에서 40% 이상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법으로 중국 내의 우리 반도체 생산공장이 거의 중단되면서 세계 시장에 공급 차질을 빚었다. 특히 중국 시장에 상위급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거의 중단되면서 중국의 4차산업 발달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IRA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이차전지 시장에 우리 기업의 공급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그러면서 이차전지의 세계시장 공급 구도는 우리 기업의 것 아니면 중국의 것으로 양분되었다. 우리 기업 이차전지의 상당한 비중이 중국에서 생산, 공급되는 탓이다. 그런데 IRA는 중국제(製) 이차전지의 미국 수입을 불허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산지 기준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되는 우리의 이차전지는 중국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미국은 전기차에 필요한 이차전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우리 이차전지의 미국 시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런 자승자박의 결과를 자국 기업의 회귀라는 ‘리쇼어링’이나 우방 기업의 ‘프렌드쇼어링’ 등의 전략으로 극복하려 한다. 문제는 미국 내 생산공장을 지금부터 착공해도 이차전지는 3~5년, 반도체는 5~8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 있다. 그때까지 대안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직시한 미 정부 당국은 동 법안에 예외조항을 부칙으로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을 마련했다. 지난 3월 IRA 법안에, 10월 반도체 법안에 부칙이 발표되었다.

이번 APEC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두 나라의 경제 상호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중국을 배제하고 배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두 나라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모종의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경우 우리의 외교적 입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간 미국과 중국에 상당한 레버리지가 있었다. 경제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우리가 중대한 한 축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유일하게 생산, 제고, 공급하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미국의 원천기술, 네덜란드와 일본에 소재, 부품, 장비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상위급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과 제조를 거의 도맡아 해왔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기업 제품이 세계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지만 비(非)중국기업 제품을 제외하면 우리가 독보적인 생산, 공급 국가이다. 이런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 각도에서 보면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분업과 협업의 관계가 미국과 우방 사이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분업과 협업의 구조 속에서 우리의 레버리지는 상당히 강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우리에게 더 이상 사드 사태 때와 같이 제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4차산업 구조 속에서 중추적인 입지를 가진 우리를 중국이 더 이상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우리는 더 적극 활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상종가를 치던 지경학적 전략가치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다. 미국의 법안에 일희일비했고, 미국 주도의 전략 참여를 검토할 때 중국의 보복을 과하게 의식하며 망설였다. 우리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과 주도권을 챙길 수 있었던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기회의 창’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몇 가지 기회가 있다. 첫째, 개선된 일본과의 관계를 이용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 할 것이다. 비록 지난 정부의 결정이었지만, 2022년 4월 15일에 가입을 의결한 바 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나머지 국가가 2018년 12월 출범시킨 협의체다. 이에 2021년부터 영국(2월), 중국(9월), 대만(9월), 에콰도르(12월) 등 주요 국가들이 줄지어 가입 신청을 했고 영국이 올해 3월에 가입되었다.

CPTPP 회원국의 평균 관세 철폐율은 96.3%에 달한다. 사실상 완전 개방에 가깝다. 우리 경제에서 무역이 75%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에 가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시장 다변화가 앞으로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따라 지불해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농축산시장의 개방 확대로 우리는 또 한번의 고충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와 1995년의 WTO 출범,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도 이런 진통은 한번씩 겪어봤다. 결과는 양면의 동전이었다. 단기적으로 우리의 농축산업이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농축산업이 발전을 거듭한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우리 경제가 발전해야 소비시장도 활성화되어 고급화된 우리의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데 있다.

현실은 미국이 일반적으로 다자간 지역 자유무역협정에 배타적이고 비협조적이다. TPP에서 철회한 것이 이의 실증이다. 소수 주변지역, 즉 멕시코와 캐나다, 아니면 경제적으로 중소국과의 FTA만을 선호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미국의 입장에서 고무적이었던 이유가 우리나라 경제 규모만 한 나라와 양자로 맺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자유무역을 위한 가이드라인 성격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리가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원칙에 합의하는 정도로 결론지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한·미·일 3국의 관계 강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현재로서는 군사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미·일 3국의 군사 관계 발전은 해군력이 주도한다. 이는 3국의 군사훈련이 해상에 집중된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육상에서는 아직 할 수 없는 내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우리의 해군력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열악하다. 준이지스함급 규모만 보더라도 우리가 일본에 현저하게 뒤떨어져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한·미·일 3국 군사 관계에서 도태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합참의장으로 해군 장군의 임명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정부는 해군력 증강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3면이 바다이고 우리의 바다를 자기네 안방처럼 넘나드는 중국 해군을 적극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해군력 증강은 필수적이다. 이런 현실적인 관점에서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런 설득에는 우리의 항공모함 건조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경항모는 이 같은 현실에 타당하지 않다. 항공모함 한 척만 구비해도 우리 바다에 대한 방어력은 상당히 견고해질 것이다. 서해에 항공모함이 정박해도 동해까지 전투기를 급파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 때문이다. 남해에 정박하면 서해와 동해를 모두 장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안보적인 측면에서 우리 반도체와 이차전지 기업의 국내 사업 확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얼마전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우리 기업의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이 대부분 취소 또는 유보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시장이 이차전지의 수요와 공급을 결정한 결과다. 메모리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상위 반도체의 수요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가 이미 선점한 위치를 더 확대해야 한다. 거의 독점 형태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우리 기업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여기에 비자 문제, 전문가 인력 수급 문제 등 해결되어야 하는 제반 사항이 많은 것도 대만의 파운드리 미국 공장 설립을 통해 이미 기정사실화되었다.

미국의 요구에만 모두 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 기업이 발표한 사업 확장 계획을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서 조기에 신속하게 완성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는 게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 그러면서 세계의 메모리 반도체와 더 나아가 파운드리까지 공급하겠다는 우리 기업 전략이 실현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미 협상력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확보될 수 있다. 하나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위 반도체를 세계 시장 공급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시장 공급용은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것을 수출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력을 미국과 협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에 더 비싼 값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파는 것이다.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