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캠프 데이비드 합의, 범국민적 지지 보내야

2023-08-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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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교수]
[주재우 교수]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 3국 정상회담을 보면서 국민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변화된 위상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12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이 밀약하면서 일본에 합방되었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한일합방의 빌미를 제공했고 우리는 곧 주권을 상실했다. 당시 이들 열강은 제국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밀약을 맺었으며, 조선은 이들의 권력 경쟁에 제물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우리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그야말로 우리 외교사(史)에 새로운 장(章)을 열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공동의 위협에 적시 대응하는 데 희생양이 아닌 어깨를 나란히하는 필수불가결한 협력 국가로 거듭난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일 3국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사실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관건은 이제 앞으로 합의한 사항을 지속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의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을 걱정한다. 더욱이 기시다 일본 총리도 윤석열 대통령 퇴임 이전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 이런 우려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선례에 비춰보면 이번에 이들이 신설하기로 한 고위급 대화 채널은 유지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가령, 한·미와 미·일 간의 이른바 ‘2+2’ 형식의 외교·국방회담이 지금까지 지속된 사실이 이를 확신할 수 있는 방증이다. 게다가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 한·미·일 3국의 대화가 이미 정기적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이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신설하기로 합의한 3국의 재무장관, 상무부와 산업부 장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연례 회담도 별 무리 없이 지속성을 가지고 개최될 것이다.

3국 정상이 이번에 신설한 대화 채널 역시 흥미롭다. 연례적인 개최에 합의가 된 이들 대화 채널은 3국이 당면한 과제별로 조직되었다. 3국의 인도-태평양 대화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이행 과제 조율과 공동 대응 요소의 식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에 대략적으로 합의된 요소에는 허위 정보(disinformation)와 외국의 정보 조작(information manipulation) 위협과 감시기술의 악용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합의한 또 하나의 대화 채널은 개발정책 조율과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출범시킨 것이다. 오는 10월로 개최가 예정된 ‘3국의 개발정책대화(Trilateral Development Policy Dialogue)’가 그것이다. 이 역시도 지속성을 가지고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이 도출해낸 결과 중 가장 주목받아야 할 대목은 정보공유다. 정보공유는 모든 협력의 성공을 담보하는 전제조건이다. 정보공유 없이 협력이나 정책 조율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면 국가 간에 일정 수준의 신뢰(trust)와 믿음(confidence)이 담보되지 않고서 전략이익에 민감한 군사, 경제,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정보공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회담을 통해 미·일 양국이 우리와 이러한 정보공유에 합의한 사실로도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과 위신이 또다시 증명되었다.

군사 분야에서 한·미·일 3국은 실시간 미사일 경보 정보를 올해 말까지 작동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선언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3국은 올해 이미 3개국 경제안보대화의 틀에서 대화를 2번이나 개최했다. 이들 3개국 경제안보대화를 통해 반도체와 이차전지의 공급망, 기술안보와 표준문제, 청정에너지와 에너지안보, 바이오기술, 희토류, 의약품, 인공지능, 양자컴퓨터와 과학기술연구 등의 현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었다.

앞으로 한·미·일 3국은 공급망의 교란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 조율에 협력을 강화할 것을 이번 회담에서 선언했다. 이를 위해 3국은 개도국이 청결에너지 공급망에서 소외되지 않고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회복력과 포용적인 공급망 제고 파트너십(Partnership for Resilient and Inclusive Supply-chain Enhancement, RISE)’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천명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올해 창설한 ‘핵심기술 타격 부대(disruptive technology strike force)’가 한·일 양국의 관련 부처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더 나아가 민군겸용기술에 관한 수출통제문제에서도 3국은 협력 결의를 다졌다. 이 모든 협력 사안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정보공유에 기초한 정책 조율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결실은 이런 전제조건을 충족시킨 데 있다.

앞으로 한·미·일 3국의 협력 관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과 사회의 전반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과거사에 사로잡힌 이들의 태도 전환도 필요하다. 이제 이들도 달라진 세상과 대한민국의 위상과 위신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우리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더 이상 중국 무역시장에서 흑자를 기대하는 것은 무역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오르면 우리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해야 하는 시장 논리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에서 중국에 무역 흑자를 보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모두들 적자를 본다. 이제 우리의 대중국 무역수지 구조도 적자로 전환되는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 2022년 국가별 대중국 무역 총액 면에서 1, 2, 3위의 나라는 미국, 한국, 일본 순이다. 이런 나라들이 협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중국이 보복이나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도 현실적으로 인지할 때가 됐다. 대중국 직접투자(FDI) 면에서도 홍콩,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처럼 투자원천이 불투명한 지역을 제외하면 최대투자국도 한국, 일본, 미국이 2021년 기준 1, 2, 3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중국 시장을 상실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사고에는 스스로가 망각하는 사실이 하나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시장 의존도다. 이들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단절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들의 진영에 합류하면 중국 시장을 상실하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그러나 이들 또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교역을 계속하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가히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중국 시장 상실을 우려하는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략의 목적이 그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경제 행위를 교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중국이 수용할 경우 모든 것이 정상화된다는 의미다. 중국의 경제 행위 교정은 우리 국익에도 부합하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 시장 상실에 대한 우려를 우리는 잠시 접어둬야 한다. 그리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및 부속 조치에 대해 초당적이고 범국민적 지지를 보내는 현명함을 보일 때가 됐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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