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노원구 상계동 한 숯불갈비 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며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간 많이 고민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며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당의 이유로 "개인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라며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직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사실도 밝혔다. 그는 "때로는 영달을 누리고 때로는 고생을 겪으며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얽혀 살 수도 있다"며 "실제로 이미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등 의 자리도 제안받은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이 전 대표가 당 내 '몸 값'을 부풀리기 위해 탈당과 창당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는 시각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문에는 '친정'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직격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그는 '마상득지, 마상치지(馬上得之 馬上治之)'를 언급하며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해도 계속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이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또 "지금도 누군가는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끄려고 한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돼야 하냐"고 반문했다. 전날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사로 '운동권 정치세력 청산'을 강조한 것을 두고 정면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창당준비위원회를 신청하고 내년 1월을 목표로 창당 절차에 돌입한다. 이 전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국회의원 출마 예정자도 60~80명 정도 있고 지속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상계동 인근은 지지자 및 시위인원이 몰려 경찰병력이 투입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