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들이나 신는 신발"
2000년대 초반 크록스가 첫 출시된 후 패션업계가 내놓은 평가다. 디자인적 요소 하나 없이 신발 곳곳에 숭숭 구멍이 뚫린 기이한 모양의 이 고무신은 못생긴 신발이라는 별명으로 일명 '어글리 슈즈'로 불린다. 크록스는 출시 초기에만 해도 '유치원생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볼 신발', '촌스럽고 추한 신발'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꿋꿋하게 살아남아 지금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 진출, 연간 1억 컬레가 팔리는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크록스는 2002년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린든 핸슨(Lyndon Hanson), 스콧 시맨스(Scott Seamans), 조지 베덱커(George Boedecker)라는 청년 3명에 의해 탄생했다. 이들은 평소 서핑을 즐겼는데, 어느 날 바다에서 서핑을 하던 중 "물이 잘 빠지고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크록스라는 브랜드는 악어를 뜻하는 단어 '크로커다일'에서 따 왔다. 물과 육지 생활이 모두 가능한 악어처럼 수륙양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3명의 창업자는 2002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포트 로더데일 요트쇼에서 크록스를 처음 판매했다. 출시 당시에는 '추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편리한 착용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젊은 창업가들은 '편안함과 즐거움, 혁신'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하루만에 200켤레를 완판시켰다. 크록스는 론칭 2년만인 2004년에는 크록스 소재를 개발한 캐나다 고무업체 '폼크리에이션'을 인수했고, 2006년에는 나스닥에 상장에 성장가도를 달렸다.
크록스의 비밀병기는 자체 개발 소재인 '크록스라이트'다. 크록스라이트는 초경량으로 무게가 0.17kg밖에 되지 않아 가볍고, 체온에 따라 소재가 유연하게 변해 개개인의 발 모양에 최적화된다. 이는 신발을 통한 근육의 피로도를 낮추고, 착용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크록스 골수팬들은 헐리우드 스타, 병원 의료진, 학교, 직장, 가정 등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크록스는 나이키, 지미추, 마놀로블라닉 등과 함께 '세상을 바꾼 50가지 신발'에 이름을 올렸다.
◆제품다각화·지비츠 등으로 제2 성장...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크록스를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린 인물은 2004년부터 경영을 맡은 론 스나이더(Ron Snyder)다. 론 스나이더는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자마자 캐나다, 이탈리아, 중국, 멕시코 등지의 제조공장을 인수해 계절과 기념일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크록스도 소량 제작할 수 있게 했다.
2006년부터는 바이트 풋웨어, 오션 마인디드, 엑소 이탈리아 등을 인수하면서 제품 다각화에도 초점을 뒀다. 슬리퍼 단일품목에만 주력했던 크록스는 점차 라인을 확대해 샌들, 운동화, 메리제인 슈즈, 하이힐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론 스나이더 취임 당시 1350만 달러 수준이던 크록스 매출은 취임 첫해만에 1억860만 달러를 돌파했다. 론 스나이더가 크록스의 '제2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크록스 제2전성기를 이끈 '지비츠(Jibbitz)'도 이때 인수했다. 지비츠는 미국의 가정주부 셰리 슈멜저가 자신의 세 자녀의 크록스에 단추, 보석, 리본 등을 달아 장식해주던 것이 시초다. 슈멜저는 본인의 집 지하실에 지비츠라는 액세서리 업체를 차렸고 크록스는 2006년 이 업체를 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크록스에 끼우는 액세서리를 통해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비츠는 이후 디즈니, 마블 등의 인기 캐릭터부터 숫자, 알파벳, 캐릭터 등 5500여종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크록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크록스의 올해 연매출 총액은 1조2551억원이며, 시가총액은 58억6792만 달러(약 7조5898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