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최근 진행한 서비스 개선 사항 관련 라이브 방송에서 자사 최대 화질을 1440p(QHD) 해상도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최대 720p(HD)로 국내 서비스를 했던 트위치의 4배에 달한다. 현재 아프리카TV의 최대 화질은 1080p(FHD)로, 일부 게임 BJ(아프리카TV서 방송하는 인터넷 방송인)를 대상으로 1440p 시험방송을 하고 있다. 앞서 아프리카TV는 지난해 말 열린 2022 BJ대상에서 1440p 제공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었다.
게임방송 특성상 고사양 게임의 그래픽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고화질 기능이 중요하다. 다만 아프리카TV는 1440p를 한 번에 모든 방송에 적용하기보다는 일부 BJ를 중심으로 점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괄 적용하면 트래픽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는 데다, 망 사용료 부담도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기술력이 좀 더 받쳐주고 트래픽 비용 등이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모든 BJ에게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트위치 계정 연동 로그인 기능을 제공한 아프리카TV는 내년 1월 광고 적립형 애드벌룬 삭제, 방송 화면 워터마크 제거, 라이브 방송 채팅 지연 단축 등 여러 개선 사항의 적용을 예고했다. 이용자 지적이 많았던 채팅 사용자환경(UI) 개선과 음성합성(TTS) 기능 확대 등도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TV의 이런 움직임은 이달 초 발표된 트위치의 한국 서비스 철수와 함께 지난 19일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네이버 '치지직'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치지직은 베타 버전 출시 후 일주일간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 인기 애플리케이션 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 21일에는 최고 시청자 수 11만명을 기록하며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인터넷 방송 순위 사이트 소프트콘 뷰어쉽은 치지직 출시 후 사흘 동안 트위치에서 치지직으로 이용자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치지직은 트위치와 전체적으로 유사한 UI에 트위치가 기존에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않던 1080p 화질과 주문형비디오(VOD) 등을 제공하면서 많은 이용자와 스트리머 호응을 얻고 있다. 치즈(치지직 내 재화)를 충전해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적립되는 등 네이버 여러 서비스과 연계도 예고했다. 이미 침착맨·릴카·풍월량 등 유명 스트리머들이 치지직에서 시험방송을 진행 중이다. 트위치가 내년 2월 완전히 서비스를 종료하면 더 많은 스트리머와 이용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치지직 역시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다양한 기능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스트리머의 채팅 관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기능을 도입하고, 이용자는 스트리머에게 익명으로 후원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스트리머 채널 구독 기능을 추가해 이용자에게 전용 혜택을 지급하고, 초기 구독자에겐 특별한 배지도 제공한다. 당초 타 플랫폼과의 동시송출이 불가능했던 '프로' 등급 스트리머에 대해서도 지난 25일 정책 완화를 통해 동시 송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는 불가능한 영상 후원 기능도 조만간 지원할 예정으로, 아프리카TV 역시 영상 후원을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두 플랫폼이 기능 개선을 통해 스트리머와 이용자 끌어들이기에 골몰하면서, 트위치 종료 이후 드러날 판도가 주목된다. 게임·e스포츠 스트리머는 치지직으로, 보이는 라디오 등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는 아프리카TV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위치 인기 스트리머들은 치지직·아프리카TV·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것이 확실한데, 결국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행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