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성 없는 가계 통신비 집계에 이용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통신비 개념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조사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동떨어진 기준을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정기간행물 '2023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개인 휴대전화 평균 이용료는 올해 4만7000원을 기록해 전년 4만7600원보다 1.3% 감소했다. 유선 인터넷 요금도 지난해(1만 9700원)보다 소폭 줄어든 1만 9600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통신물가가 오른 이유로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의 단말기 가격 인상을 꼽는다. 실제로 통계청이 정의하는 '통신물가'는 휴대전화(무선)·유선인터넷 요금뿐 아니라 단말기 구매·수리비도 포함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가 오른 탓도 있다. EY한영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내 3가구 중 1가구(36%)는 OTT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지난 1년간 1개 이상 해지했거나 앞으로 해지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계속 늘고 있지만 통신비는 되레 하락하는 추세"라며 "통신 산업 육성보다는 규제에, 품질 경쟁보다는 가격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해외 통신사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통신요금 자체를 올리기도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유엔(UN) 등 국제 사회 동향에 따라 가계통신비를 '가계디지털비'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통신비를 가계디지털비로 조사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다. 한국표준목적별 개별소비지출분류(COICOP-K) 기준이 지난 2019년 7월 개정되면서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 시행이 3년 넘게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적 가계 통신비 개념에 단말·콘텐츠·플랫폼 등의 이용과 관련한 비용 항목을 추가하는 등 통신비 개념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