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청약 수요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청약 경쟁률은 큰 폭으로 뛴 데다 어렵게 당첨되고도 비싼 분양가와 떨어지는 시세에 부담이 커진 탓이다.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하는 수분양자들이 나오면서 서울에서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단지들도 등장하고 있다.
26일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1월1일~12월 19일) 서울 지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59.7대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1순위 평균 경쟁률(10.2대 1)의 약 6배 수준을 기록할 만큼 청약이 인기를 끈 셈이다.
청약 당첨 커트라인도 높아졌다. 올해 청약 가점 최저점 평균은 53점으로 지난해(40.9점)보다 12.1점이 올랐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 분양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당첨됐지만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진행하는 제도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뽑아 이른바 '줍줍'으로 불린다.
특히 이달 (19일 기준) 서울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4곳으로, 모두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곳이다.
개봉5구역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호반써밋 개봉’은 앞서 본청약 당시, 특별공급은 80가구 모집에 1182명이 참여했고, 1순위 청약은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1순위 청약의 평균 경쟁률이 25대 1로 모든 면적대가 1순위 마감됐다. 그러나 지난 10월 72가구가 미계약되며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당시 무순위 청약에서 14.89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달 재차 미계약된 48가구가 무순위 청약에 등장했다.
이달 11차 무순위가 공급된 강서구 화곡동의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은 2022년 11월에 공급했던 단지다. 일반분양분 75가구 중 20가구가 1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 11월 진행된 10차 무순위 청약(20가구)에서 경쟁률 5.5대 1을 기록하며 미분양을 해소하는 듯했으나, 이달 20가구가 재차 무순위 청약시장에 등장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합리적인 분양가와 우수한 입지 등을 고려한 '옥석가리기'를 통해 청약을 진행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금리 기조와 대출축소로 인해 자금부담이 가중됐다”라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 적정 분양가 등에 따른 수요 집중과 입지 및 상품성 등을 고루 갖춘 흔히 '돈 될 만한 곳'에 청약 통장이 몰리는 선별청약 양상이 계속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에는 민영아파트 분양이 저조해 ‘청약 수험생’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의 분양계획 조사에 따르면 내년 민영아파트(민간분양+민간임대)는 전국 268개 사업장에서 총 26만5439가구가 분양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계획물량(25만8003가구) 대비해서는 3% 늘었지만, 최근 5개년(2019년~2023년) 평균 분양계획(35만5524가구) 대비 25% 적은 수준이다. 여기엔 분양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8만6684가구가 포함돼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는 물량은 더 적을 전망이다.